받아쓰기/세음

안현미 시인 「와유 臥遊」

markim 2023. 10. 9. 17:43

 

"먹을 갈아 편지를 쓰던 시절을 상상해 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할 말을 고를 시간이 훨씬 더 많았겠지요.
물을 벼루에 부어 갈고 또 가는 동안, 무슨 말로 편지를 시작할지 고심했을 테니까요.

시인의 시에는 바로 그런 정취가 담겨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옛사람이 돼서 한지韓紙 에 연서를 쓰는 상상을 하는데, 그 상상 속에서 먹을 가는 물은 그냥 물이 아닙니다.
가을비를 받아다 한 해를 묵혀 이듬해에 쓸 거라고 하지요.

한 해를 묵힌 가을비로는 어떤 편지를 쓰면 좋을까.
시인은 시 속에서 한 문장을 썼습니다.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묵힌다는 건, 고여서 썩게 두는 게 아니라 정갈하게 담아두는 것.

고이 잘 묵혀 둘 마음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가을 날입니다."

-by 세.음.

 
♬ James Horner 제임스 호너 곡 - "The Ludlows, from 영화 <Legends of the Fall 가을의 전설>

#pf_Noud van Harskamp 피아노_누드 반 하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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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tuy7uIj8H4?si=XdTJ8qOk3UF9aH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