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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출장기를 포스트 하고 있는 지금, 비어있는 부산의 어머니 집에서 자가 격리 중에 있다.


"어떤 수를 써도 통하지 않았을 때, 해법은 '경기 규칙' 바꾸기 입니다."  - 에드윈 캣멀, 전 Pixar CEO  

markynkim.tistory.com/900

 

기대와는 다르게 수출 통관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월요일을 기대해 보자고,

직접 통화해보라며 내게 건네준 John의 전화기 너머로 Paul 이 부드럽게 말했다.

 

'기대해 보자고? 100%도 아니고?'

 

월요일에 떠나든, 더 늦추어지든 코로나 음성 판정 확인서는 발급받아 두어야 했기에, 일단 호텔로 돌아와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차에서 내려 호텔 입구에 비치된 안면인식 (?) 체온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데, 로비 위층 야외 라운지 쪽에서 교회의 부흥 예배에서나 들었음직한 격정적인 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침 10시에 한다는 결혼식이 아직 안 끝났나 보네. 오후 세 시가 다 되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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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일찍 호텔의 아침을 열었던 열아홉의 레스토랑 직원 Rose 와 결혼식에 참석한 아기 Shakarina 와 그녀의 엄마]

또다시 저녁에 연락하겠다는 John 을 호텔에 갇혀 기다리기 보다, 호텔 인근이라도 둘러 보기로 하고 호텔 정문에서 대기 중인 자가용 택시를 불렀다.

 

비행기 스케쥴에 맞추어 수출 통관 허가가 나오길 기다리기보다는, 그 반대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기 때문이었다.

 

규칙을 나 나름대로 바꿔 본 것이다.

 

[YaYa Center 내에 있던 한국식으로 따지면 마트에 해당하는 - Chandarana Foodplus. 여기서도 현금이나 카드보다는 'M-PESA'를 선호했으며, 통행금지 조치로 인해 저녁 7시까지만 영업했다.] 

 

John 과 함께 가 보았던 YaYa Center 로 이번에는 혼자 가 보았다.

 

정신없이 현금을 인출하느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 어떤 물건들을 얼마에 팔고 있는지 호기심이 일었고, 출장을 오기 전에 케냐산 커피가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한 번 둘러 보고 싶어서 였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출입할 때에 짐 검사와 체온 재기, 마스크 착용 여부, 손 세정제 바르기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경비 요원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차량으로 출입할 때에는 탑승자 확인은 물론 트렁크와 차 밑바닥 검사까지 이루어졌다.

 

몇 년 전 나이로비의 쇼핑몰에서 큰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부터 쇼핑센터의 보안이 강화되었다고, 택시 기사인 'Bernard'가 아무렇지 않은 듯 알려주었다. 

 

[이날 이후, 내가 나이로비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공항에 갈 때까지, 나의 전용 기사 역할을 해 준 택시 기사 'Bernard'. 천 마스크나 덴탈 마스크를 일주일 이상 사용한다는 그의 말에, 가져온 비말 차단용 마스크 중 일부를 선물로 주었다. 사실 말이 선물이지, 불안해서 주었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Bernard 의 차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데, 이번에는 노랫소리가 야외 라운지 쪽에서 들려왔다.

 

'아니, 아직도 해? 다섯 시가 다 되어 가는데?'

 

[결혼식 막바지에 참석자들과 함께 신랑, 신부가 노래를 부르며 식장을 돌고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에 겉모습은 서구화되었지만 역시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였다. 그들의 흥겨운 리듬과 자연스러운 그루브는 내가 아프리카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어차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내일은 일요일인데, 뭘 하지?. 아프리카까지 왔는데.'

 

궁리를 하다가 일요일에 둘러 볼 곳이 없는지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Wilson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가까운 나이로비 국립 공원 사파리도 있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작가인 Karen Blixen 박물관도 있어요. 기린 호텔 투어도 있고."

 

'코로나인데도 케냐는 투어를 계속 하나 보네' 

 

"나이로비 국립 공원 사파리 투어는 4시간짜리, 하루 종일 짜리의 별도 그룹 투어가 있으니까 한 번 물어볼까요? 가격하고 사파리 그룹 투어에 빈자리가 있는지? 그리고 내일 아침 몇시에 출발하는지?"

 

Wilson 은 외국인의 경우 입장료는 43 달러이며, 사파리 투어 회사는 물과 음식을 별도로 제공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여행객은 일회용 생수병을 휴대할 수 없으니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입장료도 그렇고, 그렇게 비싸지는 않네.'

'TV에서나 보던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나 가 볼까?'

'아웃 오브 아프리카 작가의 박물관도 가 보고?'

 

[신호 대기중이던 차에서 목격한 흔한 케냐 노점상인의 그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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