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임금의 형인 월산대군 풍월정 이정이 지은 시입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외로운 성에서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천리를 흘러가는 마음이 깊고도 넓다고 노래했습니다. 인적 드문 어느 성 안의 여관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맞은 새벽에 가을비 소리를 들으며 이정이 한 일. 천리를 흘러가는 강물처럼 깊고, 넓고, 길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운 사람은 가을비가 내릴 때, 외로운 성처럼 낯선 곳에 있을 때, 가을밤을 지새운 날 새벽에. 문득 생각나지요. 오백 년 전의 이정 李婷처럼 말입니다." -by 풍마 ♬ Frédéric Chopin 쇼팽 곡 - "Nocturne 녹턴 No. 20 in C-Sharp Minor, Op. posthumous 작품번호. 사후死後 출판" #arr_Nathan Milst..
"퇴계 退溪, 추사 秋史, 다산 茶山. 모두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호입니다. 호는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죠. 추사는 호만 500개 넘게 지었다고 했습니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달라지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었겠죠. 요즘에는 블로그 이름이나 아이디, 프로필 사진이 이 호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내 삶을 보여주는 호들을 추사처럼 500개 정도 쥐어보면, 내가 나 자신한테 원하는 바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삶을 보여주는 아이디가 마음에 쏙 들게 지어질 때, 그 순간 얻어지는 것도 행복일 겁니다." -by 노날 ♬ Giuseppe Verdi 베르디 곡 - "Caro nome 그리운 이름" from 오페라 #sop_Donij ..
"기상학적으로 가을의 기준은 20도 미만의 기온이, 9일 동안 지속되는 것입니다.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올라가지 않는 날이 9일 동안 지속되면 그다음 날이 바로 가을이 시작되는 첫날이 되는 것이지요. 체감상으로는 22도만 되어도 가을이라고 느껴지는데 이유는 기온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 더웠다 추워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떨어졌던 기온이 올라가는 봄에는 22도만 돼도 따뜻하다고 느껴집니다. 22도를 느끼는 체감 온도는 봄보다 가을에 더 떨어집니다. 기상학적으로는 아직 가을이 아니라는 말들도 하고 설악산과 오대산의 단풍도 예년보다 늦을 거라고 합니다. 해마다 오는 가을도 매년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는 것 같지만, 연 이틀 내리는 가을비에 가을도 문턱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안으로 쑥 ..
"가을비 내리는 밤이면 꽃들도 악기가 된다. 불어서 두드려서 튕겨서 혹은 비벼서 음을 내는 악기들 한 편의 교향악인가. 어느 날 내리는 가을비가 오세영 시인의 눈에는 이렇게 보였습니다. 같은 시각, 누군가의 눈엔 빗줄기가 감옥 창살로 보일 수도 있겠죠. 무엇을 볼 지 내 마음은 이미 정해놓고 보는 것 같습니다. 보는 것은 마음이 먼저. 눈보다 마음이 먼저입니다." -by 노.날. ♬ "Suddenly" - Chopin 쇼팽 「Prelude, Op. 28, No. 15 Raindrops 빗방울 전주곡」 선율 #voc_이소정 https://youtu.be/G-3AxXNeGTk
"인도의 큰 스승인 라마나 마하리쉬 Ramana Maharshi 도 '오는 것은 오게 두고, 가는 것은 가게 두고,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라'고 했고, 스토아 Stoa 철학자들도 '내 능력이 미치지 않는 일은 그냥 흘려 보내라'고 했습니다. 라마나 마하리쉬와 스토아 Stoa 철학자들의 말을 우리 속담으로 번역한다면, '세월이 약이다' 가 아닐까. 그래서 '이겨내다'와 '극복하다'의 반대말은 '멈춤'과 '흘려보냄'이 됩니다. 그냥 이대로 멈춰 서서 내게 일어난 어떤 문제가 그냥 지나갈 때까지 견디는 것. 때에 따라선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보다 더 센 위로와 용기일 수도 있을 겁니다." -by 노날 ♬ William Henry Monk 몽크 곡 - "Abide with Me" #arr_con_Ste..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친구. 밀린 대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와 지금 당장 놀고 싶은 아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식과 여행하고 싶어 하는 부모.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 중에 대표적인 것들이죠. 영화를 보고 대청소를 끝내고 바쁜 일을 처리하고 난 뒤에는, 내게 시간을 달라고 하던 친구와 아이, 그리고 부모님들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이 언제고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 돌아봐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노.날. ♬ Johann Sebastian Bach 바흐 곡 - "Brandenburg Concerto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No.4 in G Majo..
"과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믿지 말라고 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카노베르 Aaron Ciechanover' 사람을 대할 때는 의심하지 말라고 한 중국 철학자인 '후스 胡適' 그렇다면 인생길을 가기 위해서는 믿어야 할까. 믿지 말아야 할까. 아마 이런 조언도 가능할 겁니다. 아무것도 믿지 않더라도 내가 믿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는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믿어라. 오늘 생각의 방향 키는 믿어보는 쪽으로 작동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by 노날 ♬ Alessandro Scarlatti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 곡 - "Sento nel core 마음으로 느끼네" #sop_조수아 #orch_Czech Symphony Orchestra 연주_체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
"모두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데 스누피의 충실한 친구 철새 우드스톡 Woodstock 이, 마이크 앞으로 가서 망가진 테이프에서 나와야 할 노래를 휘파람으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망가진 테이프에서 나와야 하는 노래가 푸치니 Puccini 오페라 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O mio babbino caro" 였습니다. 코치, 관객, 선수 모두가 당황해서 망가진 테이프에 주목할 때, 상황을 지켜보던 철새 우드스톡은 노래를 휘파람으로 대신하죠. 덕분에 패티가 우승을 합니다. 우리에게는 '대체 代替'라는 명사와 '대체하다'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말이 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그러니 이 길이 아니면 저 길이라는 대체 代替는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공들여 잘 찾아보면 말입니다." ..
정말 '풀리다' 라는 동사로 풀리지 않는 상태와 상황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풀리니까 운신하기가 편해진 요즘, 그 어떤 상황도 그전보다 좋게 만들어주는 동사. 풀리다를 곱씹으면서 이런 생각 가져보게 됩니다. 어떤 상황이나 상태든지 '풀리다' 를 써서 문장을 완성하면 늘 조금 전보다 좋아진 상태로 맞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by 노날 ♬ Pietro Mascagni 마스카니 곡 - "Intermezzo 간주곡" from 오페라 #cond_Massimo Zanetti 지휘_마씨모 자네티 #orch_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qiiKoqWxt9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