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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20년 9월 17일 정오에 무사히 해외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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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국립공원의 끝으로 가 보자며 Bernard 는 어디론가 차를 몰았다.]       

멀리 보이는 교량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Bernard 는 몇 년 전부터 건설중인 기차가 다닐 교량이라고 했다.

 

그나마 공원의 끄트머리에 교량이 자리 잡고 있어 일종의 경계선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동물들을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일로 먹고사는 자기 같은 사람들은, 교량으로 기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공원 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너의 의견은 어떠냐고 내게 묻기도 했는데,

 

코로나 이전에 방문했었던 한 중국인 관광객은 '이 넓은 땅을 개발하지 않고, 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 말했다면서.

[Bernard 가 아직 사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으니, 자기가 일고 있는 사자를 볼 수 있는 '포인트' 로 가지고 했다. 먹이 중 하나인 가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볼 수 있을 거라며.]  

 

[가젤]

 

[30여분 정도를 '잠복'한 끝에 찾아낸 암사자 한 마리. 그녀는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가젤 무리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자 가까이에 있는 저 차량처럼 Bernard 와 나도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하늘에 떠있는 헬기와 소총으로 무장한 채 지상을 순찰하는 경비대원들의 제지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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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투어를 하는 도중, 종종 Bernard 가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영어가 아닌 스와힐리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어서 무슨 말이었는지 나중에 물어보았는데,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오늘은 무슨 동물이 어디에 있었는지' 와 '당신은 오늘 얼마나 많은 동물을 봤느냐' 였다.

 

우리가 차를 세워 놓고 사자를 보기 위해 잠복하고 있을 때, 한 차량이 다가와 비슷한 내용의 질문을 하고 있는데, Bernard 가 사자를 가리키고 있다.

 

[투어를 끝내고 다시 사파리 정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벨벳 원숭이]

 

[8월과 11월, 12월이 가장 성수기인데,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차량들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Bernard 는 설명했다. 투어하는 동안 코로나인데도 차량들이 조금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투어하는 동안 마주쳤던 거의 모든 차량들은 휴일을 맞아 관광을 온 '인도인' 가족 투어객들이 가장 많았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라이온' 캐릭터에 반했던 공원 매표소 직원 'Daisy' 와. 나이로비 여성들의 이름엔 유독 꽃 이름이 많은 듯 했는데, Bernard 와 친해서 그런건지 원래 성격이 밝은건지, 하이톤의 목소리에는 애교가 잔뜩 묻어났다. Daisy 덕분에 사자를 볼 수 있었노라며 인사를 전했다.]

투어를 하는 도중의 어느 순간 문득, 사진 대신 영혼에 저장해 두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진을 찍는데 바빠 정작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놓치진 않았을까.

 

markynkim.tistory.com/1324

 

사진 대신 영혼에 저장해 두기

 

markynkim.tistory.com

 

사자를 보긴 했지만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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