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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20년 9월 17일 정오에 무사히 해외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우리의 하루에 들어있는 수고를 인정받고 위로받는 인사.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김미라 작가 

markynkim.tistory.com/312

 

[어머니 집에 도착한 날 점심 무렵, 부산진구청에서 가져다 준 자가 격리자 지원 물품]

말로만 듣던 자가 격리를 시작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오고, 자가 격리자 지원물품과 쓰레기 배출을 포함한 자가 격리 안내문을 전달하러 오겠다는 부산진구청 관계자의 전화를 받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

 

관계자는 지금 자가 격리자가 많아서 지원 물품이 많이 모자란다며 이해를 해 달라고 했다.  

 

이어서 자가 격리자 보호 앱에 입력해야 할 나의 전담 공무원으로부터도 전화 연락이 왔고, 오후에는 문자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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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은 늦은 시각에도 이상 상황이 생기면 문자 연락을 해왔는데, 상대를 존중하는 그의 태도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 마음이 더 생겼다]

처음에는 자가 격리를 시작하면서 거쳐야 하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후 14일의 자가 격리 기간 내내 담당 공무원과 소통해야 했다. 

 

그는 나를 비롯해 7명의 격리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격리자들의 다양한 이상 상황이 -나의 경우에는 GPS 꺼짐- 시도 때도 없이 그의 휴대폰을 타고 전송되었을 테니, 그로서는 참으로 고역이었을 것이다. 

 

[핸드폰에서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요란한 알람 소리가 울리며, 나의 실시간 위치 정보 확인을 요구했다.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이 알람은 담당 공무원에게도 전달되었고, 내게 연락이 왔었다.]
[부산역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지 3일만에 검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

무난하게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자가 격리 기간 14일은 막상 실제 겪어보니 그렇지 못했다.

 

일주일을 넘어가자 슬슬 지겨워졌고,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 이외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없어,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이 아프리카 출장기를 쓰고 또 마무리 하기 위해 매일같이, 하루종일 책상 위에 앉았던 것처럼.

  

만약, 어머니 집이 현관 문을 열고 나와 온 몸으로 바깥 바람과 햇볕을 쐴 수 있는 공간 같은 것이 없는 아파트였다면,

GPS 꺼짐 현상을 핑계삼아 '밤에 몰래 집에서 나와 돌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을지도 모른다.

 

  

[자가 격리가 해제되기 이틀 전, 나이로비에서 그랬던 것처럼 FM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냈다. 내가 목격했던,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큰일없이 건너 가고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많은 수고로운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자가 격리가 끝나는 날, 나는 담당 공무원에게 라디오 사연 신청 사실을 알렸고, 그는 내게 자가 격리 해제 사실을 알렸다.]

 


마무리.

십수 년전 SARS가 한창 유행일 때 북경으로 출장 가던 기억이 되살아났던 아프리카 출장이었다.

 

지금보다 젊었을 적, SARS 에도 불구하고 겁없이 해외 출장을 다니던 때와는 달리, 불어난 뱃살만큼이나 두꺼워진 걱정과 두려움을 잔뜩 껴안고 감행했던 여정이었지만,

 

무탈하게 다녀오고 나니 옅어진 정수리에 머리카락 몇 가락 심은 듯, 한 줌의 안도감과 더불어 행복감마저 느꼈다.

 

스펙타클했던 업무보다는 여정의 갈피마다 만났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시간의 (비록 마스크를 쓴 채였었지만) 공기가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들과 똑같이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 시대를,

힘에 겨워도 묵묵하게 건너가고 있는 우리들의 그 모든 수고로움에 존경과 경의를 보내며,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무사히 코로나 시대의 끝에 닿을 수 있기를.

 

그래서 다 함께 '개선 행진곡'을 들으며 박수치며, 뜨거운 연대감으로

그동안 정말이지 수고가 많았다,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https://youtu.be/w3LnTiZXNIo?t=62 

 

♬ Johann Strauss II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곡

- "Einzugsmarsch" from the <Zigeunerbaron> "개선행진곡" from 오페레타 <집시 남작>

 

#con_Zubion Mehta 지휘_주빈 메타

#orch_Wiener Philharmoniker 연주_비엔나 필하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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