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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20년 9월 17일 정오에 무사히 해외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망설임. 이 작은 저항은 삶을 불분명하고, 아득한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 Mark Nepo

markynkim.tistory.com/738

 

[한참의 망설임 끝에 걱정과 불안을 잔뜩 껴안고 날아와 스펙타클한 시간을 겪어서 그런지, 떠나는 날 새벽녘에 바라본 나이로비는 벌써 애틋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새벽에 일어나 올라가 본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코로나 시대의 아프리카 출장에 대해 망설였던 때를 생각했다.

 

'우물쭈물 망설이며 이것저것 재느라 시간 보내는 것 보다, 어쨌든 낫지 않았을까.'

'코로나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어서, 오늘은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출장은 결코 아니었지만, 실제 속으로 들어와 불분명했던 것들을 걷어 낸 것만큼은 확실히 했던 것 같았고, 일의 마무리는 Y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아침을 먹고 있을 즈음, 날아온 두 번째 코로나 검사 결과. 다행히도 '음성' 이었다.]

 

아침을 먹은 후 John과 Calvin 과 마무리 전화 회의를 하며,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한 보증과 그에 필요한 문서 업무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초안을 작성해 보냈다.  

 

그런 다음, 나의 두 번째 코로나 검사 결과를 알렸다.

 

 

이제 공항으로 가기 전 남은 일은, Calvin 에게서 서명된 버전의 문서를 전달받는 일과 병원으로 가서 프린트 아웃된 버전의 음성 판정서를 발급받는 일이 남아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계획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가지고 있던 KF-80 과 KF-AD 마스크를 그동안 친해진 John, Rose, Maxwell 등의 호텔 레스토랑 직원들과 프론트 데스크의 Wilson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호텔의 시설과 음식 메뉴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호텔 레스토랑 직원들과 그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나는 다음에 나이로비에 오면 꼭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기고, Bernard 의 차에 올라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덴탈 마스크' 파는 소년들]

 

교통 체증으로 자주 막히는 듯, 교차로마다 운전자들에게 무엇인가 팔려는 사람들이 가득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의 핸드폰은 그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기에는 왠지 미안했다. 왜 그랬을까.

 

시내에서와는 다르게 시원하게 쭉 뻗은 'Mombasa Road' 를 Bernarad 와 나는 달렸다. 

 

달리는 동안, Bernard 는 이 'Mombasa Road' 가 동아프리카 어디에서든 통하는 사통팔달의 도로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Mombasa Road' 를 달리다가 마주친 건설용 중장비를 보고 내가 '캐터필라' 라고 외쳤다. 며칠 전 Bernard 와 나이로비 국립공원 투어를 할 때에, 한참 동안이나 동물을 발견할 수 없어서 동물들이 있긴 있는 거냐고 내가 물었을 때, Bernard 가 공원 내에 있던 굴삭기를 가리키며 '저기 있네! 저기!'......'캐터필라!' 하고 외쳤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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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 케냐타 국제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 모든 차량의 탑승자들은 이곳에서 내려, 손을 씻고 체온을 재고, 짐 검사를 받은 후 다시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어렸을 적에나 보았던 '아이스께끼' 통을 들고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광경이 반가웠다] 

 

Bernard 와도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나를 내려주고 다른 터미널로 또 다른 입국자를 픽업하러 가야 했으므로,

굿바이, 씨유 어게인 같이 흔한 작별의 말을 할 수 없었다.

 

"Take Care. Bernard"

"Good Luc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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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탑승장은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었는데, 핸드폰 충전을 위해 찾아간 충전대 근처에 한글로 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상점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었더니, 주인은 한국 사람이며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케냐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나이로비에 올 때처럼, 다시 혼자가 되어 두바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 Let's Call the Whole Thing Off 그냥 이대로 잊어버려요

- from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삽입곡의 원곡

 

voc_Ella Fitzgerald and Louis Armstrong 노래_ 엘라 피츠제럴드 and 루이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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