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Classic Blue & Get Happy

*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20년 9월 17일 정오에 무사히 해외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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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는 두바이행 항공편도 좌석은 텅 비어 있었다. 반대쪽 좌석에 앉아 있는 젊은 케냐 여성이 눈에 띄어 사진을 찍어 봤는데, 그녀는 인천에서 함께 내렸다.]

 

그녀는 머리 위, 짐 칸도 모자라 몇 개의 큰 캐리어를 카트에 더 실을 만큼, 그리고 14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할 만큼 중요한 일을 한국에서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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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번져가고 있는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새삼스럽게 노을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번져가는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본 것은, 변화 무쌍했던 하늘이 가지런해지는 광경을 오롯이 바라보는 경험은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올려다보던 것이 아니라 내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오랜만의 것이었으므로.

 

순간, 작년 겨울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 2020년, 올해의 색깔은 '클래식 블루'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이 기억났다.

딱, 지금 볼 수 있는 아직 깊어지기 전, 밤 하늘의 어두운 파란색.

안도감과 자신감의 색이자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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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행 비행기에서 본 영화 <Judy>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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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 때문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누워서 올 수 있어서 찍을 수 있었던 비행기 천장의 별빛 조명]

 

 

영화 속에서 공연을 마친 그녀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게이 커플 팬인 Dan 과 Stan 의 집으로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방문했을 때, Judy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내 공연을 보러 와 줄 때면 sweet 했어요.

가끔은 내가 두 명의 스파이를 객석에 숨겨 놓은 것 같기도 했죠.

꼭, 내 편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 팬이었던 Dan이 사실은 1964년도에 그녀의 공연을 보고 싶었었지만, Stan 과 약혼을 하게 되면서 동성애 금지법 으로 6개월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 Stan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Judy가 

이젠 행복하라며 'Get Happy' 를 Dan 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불러주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 하던 Dan 이 갑자기 피아노 반주를 멈추고 울먹이자, 의아해 하던 Judy가 말없이 뒤에서 그를 안아주고 있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감옥에 갇혔던 Stan 처럼,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과 기회들을 코로나에 빼앗긴 채,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만 같은 현실을,

 

마치 Judy 가 말없이 뒤에서 안아주는 것 같았다'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영화가 잠시 남루한 현실을 잊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영화 평론가 김소희    

markynkim.tistory.com/1047

영화를 보는 이유

 

Judy의 노래를 들으면서 행복해지는 것 같았고,

마치 몇 개월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를, 관객이 별로 없는 심야 시간의 영화관에 혼자 앉아 보는 것처럼,

 

오랜만에 눈치 보지 않고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