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선택의 순간에 가지는 기준

*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20년 9월 17일 정오에 무사히 해외 입국자 의무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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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에 가지는 기준"

markynkim.tistory.com/111

 

컨택 포인트였던 John의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이제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나와 Calvin 으로 바뀌었다.

 

물론 John과 전화 통화는 할 수 있었지만, 그가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음을 어제 오후와 저녁으로 이어진 Calvin과의 미팅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보다 15년이나 연배인 Y는 문제 해결을 위해 로비비를 제공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제시했지만, 그건 적어도 내가 가진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 

 

[Y의 문제 해결 방안 제시에, 나는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이 떠올라 또다시 한바탕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안 되는 것인데, 되게 해 줄 것을 기대하며 돈을 쓰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출장 전, 대표와 Y가 내게 인계해 주었던 정보는 이제 쓸모가 없는 것이 되었고, 서울팀과 두바이팀도 전적으로 나이로비에 와 있는 나의 결정에 의존해야 했다.

 

'오전에 Calvin 과 Paul 이 검사받으러 간다고 했으니. 나이로비에 온 김에 KOTRA 무역관에 들러 정보 좀 얻어 봐야겠다.'

 

Bernard 에게 연락해 KOTRA 나이로비 무역관 주소를 알려주며,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KOTRA 나이로비 무역관. 코로나 때문에 주재원 3명이 한 명씩 돌아가며 출근을 하고 있었고, 사무실은 문이 잠겨 있고 불은 꺼져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면, 그날 순번으로 사무실에 나와 있는 직원과 연락이 닿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 순번으로 근무하고 있던, 나이로비에서 근무하신 지 오래된 연구팀장님으로부터 이것저것 정보를 확인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Calvin의 연락을 받았다.

 

Clavin 역시 확진이었다.

 

John 을 대신해 Calvin 이 나와 함께 두바이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고,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Calvin 이 내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의사 결정권자인 Calvin 과의 이동이 아닌 한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딜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구만. 할 수 없네.'

'그나저나, 오늘도 못 떠나겠네.'

 

나는 서울팀에 Calvin 의 확진 소식을 알리고, 두바이팀의 철수를 요청했는데, Y는 여전히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코로나 검사를 위해 Bernard 에게 병원으로 차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John과 Calvin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아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나이로비에 더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어져,

한국행 비행기를 최대한 빨리 타려면 다시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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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많아, 도로에 내려 걸어 들어갔다. 건물로 걸어서 들어가려면 입구에 있는 물통에서 물을 받아 비누로 손을 씻은 다음, 체온을 재고 들어 가야 했다.] 

 

두 번째 검사를 위해 들어선 병원 입구에는 하늘색 Level-1 일회용 가운을 입고 검체 채취와 행정 업무를 번갈아 하느라 잰 걸음을 하고 있는 간호사와 탄창을 끼운 소총을 든 채 오가는 사람을 눈여겨 보고 있는 군복 입은 경호원이 묘하게 대비를 이루며 서 있었다.

 

하늘색 덴탈 마스크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초콜렛색 살색 위로, 짙은 속눈썹을 깜빡이고 있는 간호사가 예뻤다.

 

[Emirates 항공 글로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미 한 차례 변경했던 항공편을 또다시 변경했다. 패널티는 200 유로였는데, 인도식 억양을 가진 남자 직원의 영어가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