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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24살이나 어린 대학원생 제자를 사랑한다면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갑자기 증발해 버린 아버지를 두고 있는 화자 話者가

'자격'이라는 혹독한 심문에 걸려,
결혼을 심하게 망설이고 있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결혼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며

피해자에게 구하며 보낸 이메일에,
피해자가 보낸 답장 2장 중 일부이다.

듣는 내내,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사회 현실과 오버랩 되어 몰입감이 상당했었다.

가해자의 가족들은,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그 어떤 말조차 하지 않은 채 갑자기 '증발' 해 버렸는데,
'증발'해 버린 그가 가해자인 걸 나중에 알았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더군다나 그 가해자가 아버지였다면.

그리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증발'해 버림으로써
사과를 받을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상실 '당했는데',
자신의 '용서'조차 내어주어야 한다면.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렇게 '증발' 하면 안 되었다. 용기가 '결핍'된 사람이었다.
작품 속의 배 교수도, 현실의 그도.

과연 용서란 무엇일까.

용서라는 것은 그렇게,
지루한 장마 후에 우연히 응시하게 된 구름처럼
'아주 느리게, 높은 곳에서 천천히 오는 것' 임을 선명하게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덧.
작품을 듣고 나서,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압축하는 질문이 기억났다.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by Markim

 

* 2021.01.10. 일 from KBS 한민족 방송 <KBS 라디오 문학관> '한국 단편 문학 특선'

* 원문 - webzine.munjang.or.kr/archives/146625

 

높고 느린 용서 – 문학광장 문장 웹진

[단편소설] 높고 느린 용서 조해진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어제 저녁 경진은 효진이 일하는 보습학원 근처 커피숍에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webzine.munjang.or.kr

♬ 남혜승 & 박상희 - "울지 말아요" from 드라마 <풍선껌> OST 중

youtu.be/CuGx3zPbc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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