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이 되고 이제 2025년의 날이 45일 남짓 남아 있는 무렵이 되니, 비로소 올해의 시간이 내 것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한 다발의 시절과 이제야 낯이 익었는데, 익숙해지면 작별할 시간이 가까워지는 건 늘 아쉬운 일이죠. 언제나 그렇듯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고, 우리 앞의 시간과 우리 곁의 인연을 껴안을 수 있을 만큼 껴안으며 하루하루 걸어가야겠지요. 아직은 늦가을이라 부를 수 있는 날이 우리 곁에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by 세.음. ♬ 天体観測 #voc_Bump of Chicken https://youtu.be/FU41AnRQ-VM?si=lee0hriOn13jLBiu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의 'Krasznahorkai László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 대표의 인터뷰 중에서.Q :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을 번역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A :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봤다. 러닝 타임이 무려 438분, 그러니까 7시간 20분 정도 된다. 영화가 끝난 후 정성일 영화 평론가의 시네 토크까지 연달아 이어졌다. 온종일 한자리에 앉아 한 작품을 감상하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Q: 출판사 대표가 된 건 그로부터 한참 후(2015년)다. A: 그만큼 잊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어떤 예술 작품들은 감상하고 나면 ‘나는 새롭게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감동과 희열이 느껴진다. 이런 ..
"하체는 트램펄린의 출렁임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도.상체는 누가 공중에 고정시켜 놓은 것처럼 흔들림이 없었지요. 나에게 또렷한 목표가 있고, 내 활이 지금 그걸 겨누고 있는 상태라면. 이 기마 궁수의 자세와 마음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봅니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이 아무리 요동쳐도, 활 끝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요.몸이 다 흔들려도 머리는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계속 바라보는 이 능력은 새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헤드 스태빌라이제이션 head stabilization, 우리 말로는 두부頭部 안정화 安定化 능력이라고 부르는데요. 영상을 찍을 때 쓰는 수평 유지 기계 짐벌이나 하늘에 날리는 드론도 새들의 이런 능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과연 우리에겐 그런 능력이 있을까? 세상..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빛은 그 틈으로 들어온다. 「Anthem」 가사 중 - Leonard Cohen 레너드 코언 작은 그릇 하나 만들 때나 벽지 한 장 붙일 때도 마감 처리가 중요합니다. 새로 출고되는 가구와 자동차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게 여기저기 비닐을 붙이죠. 제조나 생산에서는 완벽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지 않죠. 우리는 항상 매끈하고 완벽한 걸 동경하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흠집 하나 없어 보이는 유리막 광택제가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은 흠집과 균열이 있어야, 그 안으로 무언가 스며들고 무언가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조개 속..
"생각이 날 때마다 맥락 없는 단어들을 한 번씩 검색해 보는 것이죠. 초콜릿, 코뿔소, 제비꽃, 캠핑. 이렇게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단어들을 검색하다 보면, 뜻밖의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발견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읽으려고 할 때, 누군가는 인공지능의 눈을 가립니다. 한길 사람 속이 그리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인공지능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by 당.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VJtpxZ6T-IznRN5ZVrta-K3wf4dBmw== [보낸이오지윤] 의 알고리즘을 파괴하러 왔어요 stibee.com ♬ 강백수 사, 곡 - 하헌재 때문이다 #voc_강백수 밴드 https://youtu.be/KfFcwYFhkG8?si=Xqh64NG..
"아마도 내공이 깊어야 달을 그리지 않고도 달을 보여주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사랑을 노래한 시에서도 그렇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는데, 읽고 나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사랑시가 있지요. 그리지 않고 그리는 법.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는 법. 오늘 저녁 어느 모퉁이에는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지혜로운 순간이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by 세.음. ♬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 곡 - Piano Sonata No. 16 in C Major, K. 545 "Sonata facile 쉬운 소나타" : I. Allegro #pf_백건우 https://youtu.be/aWFdtU-VfXc?si=AlQ6sYETNbJcALDx
"진짜로 살아갈 힘. 그건 오래전에 부모님으로부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선물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석을 보낸다는 것이 그 사랑을 다시 충전하는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했던 잠도 충전하고, 오래 쌓인 피곤도 조금 해소하고 나면. 당분간 이 글 속의 '진짜'처럼 살아갈 힘을 얻게될 겁니다.꼭 그럴 겁니다."-by 세.음. ♬ 김중순 사, 김희갑 곡 - "잊혀진 사랑" #voc_조용필 https://youtu.be/KNhh_4VOlYo?si=MVOfPt-wRmZbDHwa
"심리적으로도 괄호는 따로 떼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의 도구로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붙잡고 있던 편견이나 판단을 괄호 안에 넣어 발효시키거나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준다고 하지요. 괄호 열고 힘든 감정과 어려운 판단을 요구하는 것들을 잠시 넣어두고, 괄호를 닫습니다. 괄호 열고 막연한 불안을 넣고, 다시 괄호를 닫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괄호 속에서 발효가 잘 이루어지면. 괄호 안의 것들은 아주 단순한 모양으로, 아주 맑은 상태로, 불안을 털어내고 정갈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 겁니다. 그러니 가끔 아니 할 수 있다면 자주. 괄호 열고, 괄호 닫고. 그 방식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by 세.음. ♬ Frédéric Chopin 쇼팽 곡 - "Tristes..
"이렇게 변해도 저렇게 변해도,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아름다운 존재 .바로 달입니다. 사람들은 초승달을 손톱같이 예쁘다 하고, 보름달은 쟁반같이 둥글다고 하지요. 반달은 조각배 같고, 상현上弦 달과 하현下弦 달은 속이 꽉 찬 만두 같습니다. 심지어 그믐달에서도 그 나름의 그윽함이 느껴지지요. 이제 곧 우린 올해의 한가위 보름달을 올려다보게 되겠죠. 달을 보며 그 존재를 닮아갈 수 있다면 변하는 그 모습까지도 아름다운 항상성 恒常性을 닮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달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과는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우주에 오래도록 피어 있는 달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너무 빨리 시드는 꽃이니까요. 사람도 나이 들어서도 계속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by 생.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