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읽다 보니 법정 스님이 뒷짐을 지고 걸으시던 모습을 담은 책이 생각납니다. 그러고 보니 브람스도 늘 뒷짐진 자세로 산책을 했었네요. 브람스 평전의 표지도 아마 뒷짐지고 걷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뒷짐을 지는 건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사색에 잠긴 사람의 자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손을 등 뒤로 돌려서 포갠 자세.뒷짐이라는 말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니, 무척 시적이고 철학적입니다. 뒷짐을 지는 일이 허공 한 채 업고 다니는 일이라는 이정록 시인의 시를 읽고 나니 더 그렇습니다.그 모습이 허공 한 채, 우주 한 채 업고 다니는 모습이구나,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어른들이 뒷짐지는 자세로 걷는 때가 많은 건, 열정적이었던 인생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과도..

"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기회가 어딘가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흐린 별처럼 빛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너무 일찍 지치지 않는 것. 나를 믿고 기다려 보는 것. 한 걸음 더 걸어가 보는 것.커다란 것만 바라보느라 작고 소중한 기회를 그냥 지나쳐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선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흐린 별처럼 빛나고 있어도 별은 별이니까요. 유독 힘겨운 월요일이 있다면 월요 예선 이야기를 기억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꼭 완벽하게 좋은 기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기회를 좋은 기회로 만드는 일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by 세.음. https://www.golfcompendium.com/2019/04/monday-qualifiers-who-won-on-..

"젊고, 화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라고 꽃집 주인은 말씀하시더군요. 자신에게 꽃을 선물하는 사람들도 멋지고, 어른은 자신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더더욱 멋집니다. 작은 꽃집에서 이렇게 근사한 인생의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도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2월은 노란 프리지아와 튤립이 예쁠 때지요. 가끔은 우리도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꽃다발을 안겨줄 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by 세.음. ♬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 곡 - "Horn Concerto 호른 협주곡 No. 4 in E-Flat Major, K. 495: III. Rondo. Allegro vivace" #horn_Barry Tuckwell ..

"그래도 바늘 끝은 계속 떨리고 있지요. 끝없이 방향을 찾기 위해 깨어 있는 노력이 바로 나침반 바늘의 떨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떨림을 감당하는 나침반. 그러니 우리가 가진 나침반의 바늘이 떨리지 않는다면 고장난 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의 길을 찾아가느라 애쓰는 우리들 또한 자주 흔들리고 방황하고 힘겨운 것이 당연하다고 나침반이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남쪽으로 가는 귀성 행렬에 있고, 누군가는 동쪽으로 가는 여행길에 있고, 또 누군가는 늘 있던 그 자리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휴식을 누리고 있을 시간.내 마음의 바늘 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는지.여전히 섬세하게 나의 방향을 찾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들이 아닐까 생각해 ..

"가끔 우리의 발자국을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우리가 스스로 치르는 통과 의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눈길을 또박또박 잘 걸어왔는지.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보살피며 왔는지.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걷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일은 대개 한 해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일이지만. 왠지 올해는 첫 페이지부터 자주 뒤돌아보며 걸어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by 세.음. ♬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 곡 - "Piano Sonata No.16, K.545" #pf_손열음 https://youtu.be/1FCWXPEIONo?si=HFsfKawiad6kptXN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얼마나 대단한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록 우리만 애쓴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삶을 잘 보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는 모두 함께 받는 상과 같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러니 올 한 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놀라운 시간이었다고 수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누군가 우리를 애틋하게 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고, 또 우리도 누군가를 애틋하게 그리워했고 눈부시게 바라보기도 했을 테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날이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해놓은 것도 없이 한 해가 가네 그런 생각 대신.현실로부터 등 돌리지 않은 나. 잘 견딘 나. 도망치지 않은 내가 이렇게 멋지게 한 해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다고 흐뭇해 해도 좋지 ..

"언제든 멈춰도 괜찮습니다. 꼭 42.195 킬로미터를 다 달리지 않아도 괜찮고, 가끔은 책임감 있는 아들, 착한 딸이 되기를 멈추어도 괜찮습니다. 끝없이 달리고 또 달리던 '포레스트 검프'가 갑자기 멈춰선 것처럼 하던 일을 멈춰도 괜찮고.상대방보다 나를 더 해치던 미움을 멈추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며. 이미 떠난 버스를 잡으려고 악착같이 뛰던 노력을 그치면, 이제 막 정류장으로 들어서는 새로운 버스가 보이기도 할 겁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말이죠.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열아홉 살 소년이었던 황동규 시인이 우리에게 남겨준 문장을 11월의 선물처럼 나누고 싶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묻지만, 사랑은 변하고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합니..

"꼭 이 무렵에 읽으면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가을마다 우리가 느끼는 쓸쓸한 마음의 정체가 저 표현 안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떨어져 내리는 무수한 잎을 받아주는 바닥.가라앉는 우리의 마음을 받아주는 바닥. 바닥까지 내려가 인생의 바닥에 귀 기울여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 그런 것을 생각하는 계절이 됐습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우리가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계절과 풍경이 변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을 따라가는 마음이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길 위에, 산길에 무수하게 떨어져 내린 낙엽을 밟으며 누군가는 바스락거리는 마른잎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누군가는 저 마른잎을 받아주는 바닥에 대해서, 바닥에 닿는다는 의미에 대해서 마음을 기울이고 있을 겁..

"붉은 글러브를 낀 그들은 얼핏 근육질에 강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연신 주먹을 맞고 쓰러지고 눈엔 멍자국이 선연합니다. 절반쯤 무너진 모습이면서도 산 위에는 정말 바람이 불까 스스로에게 묻고, 그리고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다시 가드를 올리는 모습에서. 아무도 모르게 깨진 마음을 수습하던 우리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예전엔 다시 가드를 올리는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데 이제는 산 위에는 정말 바람이 불까? 이 문장에 마음이 머뭅니다.자신을 더 나은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문장 같아서 말이지요. 우리를 지키는 힘은 이를 앙다무는 결심이 아니라, 이렇게 담담한 질문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길을 잃은 것 같거나, 다시 일어서야 할 어떤 순간과 마주치면. 산 위에는 정말 바람이 불까? 이 말을 기억해 보..

"매일매일 나무를 다듬다 일어난 일이라서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느끼는 거지만, 매일 하는 일은 참 힘이 셉니다. 서툴고 힘들어도 계속하다 보면 또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지요.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고, 전시회 같은 결실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 그것을 매일 한다는 것. 요즘 참 좋아하게 된 말이 있습니다.계속하는 사람만이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 말을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큰 기대 없이 담담하게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정말로계속하는 사람만이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by 세.음.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