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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 무렵에 읽으면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가을마다 우리가 느끼는 쓸쓸한 마음의 정체가 저 표현 안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떨어져 내리는 무수한 잎을 받아주는 바닥.
가라앉는 우리의 마음을 받아주는 바닥.
바닥까지 내려가 인생의 바닥에 귀 기울여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
그런 것을 생각하는 계절이 됐습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우리가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계절과 풍경이 변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을 따라가는 마음이 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길 위에, 산길에 무수하게 떨어져 내린 낙엽을 밟으며 누군가는 바스락거리는 마른잎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누군가는 저 마른잎을 받아주는 바닥에 대해서, 바닥에 닿는다는 의미에 대해서 마음을 기울이고 있을 겁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책갈피에 끼워 넣은 낙엽 한 잎 같기도 합니다.
마음에 품고 한 계절은 삭혀야만.
이 아름다운 문장의 가볍고도 무거운 무게를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이지수 곡 - "Cries And Whispers" from 영화 <올드보이>
https://youtu.be/MCLoIok3iTA?si=2zPHTve2Pc-jmF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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