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시인 「접기로 한다」
"집을 나서는 아침에 뭐든 접으라고 말하긴 주저되는 면이 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엔 마음도, 종이도, 우산도, 쓸쓸함도, 반을 접거나 혹은 한 번 더 접어서 넣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펼 수 있는 날이 올테니, 또 꼭 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 이해하는 마음으로 접어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접어놓고, 다시 읽기 위해서 책갈피 접듯 접어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접는 것은 패자의 행위가 아니라 지혜로운 자의 일이라고. 그러니 조금씩 접어두고 우리 깊이 바라봐야 할 것을 바라보자고, 정말 펼쳐야 할 것을 펼쳐보자고, 그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접는다는 것. 그건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 패배하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운 것 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 -by 세음 2019.03.13.수 ..
받아쓰기/세음
2019. 3. 18. 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