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책상 서랍에서는 세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편지를 쓴 해도 수신인도 적혀 있지 않은 세 통의 편지.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는 세 통의 편지 중에서 '불멸의 연인 Unsterbliche Geliebte'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세 번째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수신인이 없는 편지란 그 자체로 한 편의 전기가 되고 소설이 되고 드라마가 됩니다.
정리할 기회가 분명 있었을 텐데도 서랍 속에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는 세 통의 편지를 남겨두었던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요.
생전에는 사랑에 관해 쓸쓸하고 아픈 상처만 가득했지만, 그가 떠나고 난 뒤에는 오히려 그의 사랑, 그의 연서를 기억하고 있지요.
좀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
이 편지의 수신자인 불멸의 연인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근엄하고 무겁고 고독했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면서 슬쩍 남겨놓은 유쾌한 퀴즈, 유쾌한 복선은 아닐까 하는 상상.
그래서 20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가 낸 퀴즈를 푸느라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베토벤이 웃고 있는 상상.
베토벤이 남긴 이 세 통의 편지는 베토벤이라는 예술가를 완성시키는 최고의 장치이자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 인간적인 베토벤을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멋진 증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 "Ich liebe dich 그대를 사랑해" WoO.123
#con_함신익
#orch_Symphony S.O.N.G. Orchestra
'받아쓰기 > 세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정남 시인 「미지근에 대하여」 (0) | 2020.11.13 |
---|---|
창문이 많은 사람 (0) | 2020.11.09 |
내 삶에 일정한 지분을 가진 사람들 (0) | 2020.11.07 |
멋진 거짓말보다 초라한 현실 (0) | 2020.11.07 |
안도현 시인 「연애 편지」 (0) | 2020.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