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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세음

함민복 시인, <닻>

markim 2019. 7. 3. 23:30

"행복할 때나 풍요로울 때는 잊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할 때 내 안에 심장이 있고, 혈관이 있고, 이가 있고, 뼈가 있는 걸 잊는 것처럼
배도 닻의 존재를 잊을 때가 많겠지요.

잊고 살아도 별일이 없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세상이 기쁜 일로 만 이루어지지 않은 건
바다에 내려둔 닻이 당신을 이렇게 끈질기게 붙들고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뜻일까.

보잘것없는 소유와
때론 짐처럼 느껴지는 관계,
힘겨운 의무감 속에서 자주 부대끼는 건
그런 모든 것이 우리를 삶에 뿌리내리게 하는 닻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것일까.

오래 잊고 있던 것이 미안해져서 빗줄을 한번 당겨 봅니다."

-by 세음


2019.06.2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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