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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곁의 겨울나무는 긴 휴식을 즐기는 중.
따뜻한 남쪽으로 휴가를 떠난 것처럼 느긋하게 바람을 읽고.
지나가는 행인을 읽고.
바람에 묻어오는 먼 곳의 소식을 읽는 중.
그리고 어쩌면 겨울나무는
우리의 걱정도 읽고
한숨도 눈치채고
감추어 둔 비밀까지도 읽고 있을지 모르지요.
겨우내 나무가 읽은 문장에서 봄날의 첫 싹이 돋을 거라는
시인의 예언이 반갑습니다.
추워서 움츠린 우리의 어깨도 그런 방식으로 삶을 읽는 것일까.
담벼락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짧은 겨울 햇살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것일까.
나무뿐만이 아니라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이.
저마다의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by 세.음.
♬ Buena Vista Social Club - "Chan Chan"
https://youtu.be/o5cELP06M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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