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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0년 8월 25일부터 9월 4일 새벽까지 코로나 시대에 혼자 가 본 아프리카 출장기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기억에 근거해 기록해 둔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라는 시간을 견뎌 보자는 의도도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기록해 본다는 의도도 있다.

 

물론, 나는 출장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수차례, 아프리카 현지에서 2번, 귀국해서 1번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출장기를 포스트 하고 있는 지금, 비어있는 부산의 어머니 집에서 자가 격리 중에 있다.


결국 에이전트 Paul 이 요청했던 우리 몫의 통관 비용을 어제 지급하지 못했다.

 

겨우 2,500 불에 해당하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Western Union'을 통한 송금을 은행 창구에서만 이용해 보았던 Y와 회사 대표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 이상 걸린다면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달러 보내는 데 하루 이상 걸릴 거면 웨스턴 유니온을 왜 이용해. 답답하네. 진짜.'

 

벌써 금요일이었다. 토요일 밤 비행기를 타려면 결국 내가 서두르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는데, 

 

어제 점심 미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프론트 데스크 직원에게서, 호텔 근처에 있는 US 달러나 케냐 실링을 인출할 수 있는 ATM 기가 있는 장소를 물어봐 두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복합 쇼핑센터인 'YaYa Center'. 웨스턴 유니온 가맹점인 환전소와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 바클레이즈 은행 그리고 케냐 로컬 은행등이 입점해 있었다.]

나이로비와 두바이에서 쓸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쓰라고, 대표가 건네준 법인 체크 카드나 대표 개인 명의의 씨티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John 에게서도 오전에 호텔로 데리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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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와 한국에 있는 대표에게 '웨스턴 유니온' 송금이 바로 된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카카오뱅크에서 내가 나에게 10불을 송금한 후 캡쳐해서 보내주었다. 수수료는 송금 금액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건당 부과된다. 월 7,000 불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John 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Western Union 의 달러 송금을 시도해 서울에 알린 다음, 내게 보내라고 급하게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은행에 근무하고 있다는 딸이 여러 차례 시도해 봤는데, 오류 메시지가 뜬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Paul 에게 연락해 최대한 빨리 지급할 테니 토요일에 출국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미리 작성해 놓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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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체크카드, 대표 개인의 씨티카드 모두 달러와 케냐 실링 인출 불가였다. 결국, 내 카카오뱅크 계좌로 원화를 송금 받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ATM 기 앞에서 케냐 실링으로 인출했다.] 

John 과 함께 결국 근처 쇼핑센터로 가서 현금을 인출했다. 그런데, 1회 인출 한도가 40,000 케냐 실링, US 달러로 380 불 정도에 불과해, 인출 과정을 6번 더 반복해야 했다.

 

수북히 쌓여 있는 난생처음 보는 1,000 케냐 실링 다발들. 

 

누가 볼 세라 백팩 한구석에 280 장의 케냐 실링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외근을 나와 있는 Paul 과의 약속 장소로 John과 함께 향했다.

 

[1000 케냐 실링]

Paul 은 지금 시간이 오후 2시이니 토요일에 수출 통관 허가가 나올지 장담을 못 한다고 했다.

 

아울러, KRA (Kenya Revenue Authority, 케냐 국세청) 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으니, 편하게 월요일에 출국한다고 생각하고 다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수출 통관 허가가 토요일에 나온다는 가정하에, 나와 John은 병원에 함께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은 다음,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했고,

 

서울에서는 나와 John의 스케쥴에 맞춰 두바이로 떠날 다른 팀의 항공권 티케팅을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

 

점심을 같이 먹자는 John의 제의를 코로나가 염려되어 사양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혼자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데, 그제서야 호텔 구석구석과 호텔 직원들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Lamb Chop. 호텔 레스토랑의 책임자였던 또 다른 'John'의 발음도 처음엔 알아듣기 힘들었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쓴 상태여서 더욱 그랬다]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내내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민머리에 선해 보이는 눈매 그리고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인상을 주는 몸가짐을 가진 내 또래의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레스토랑의 책임자처럼 행동했고, 하얀색 유니폼에는 'John'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름이 John 이군요. John, 지금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게 말문을 튼 그와 나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내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봇물 터지듯 이 호텔의 비밀 아닌 비밀을 말하기 시작했다. 호텔 소유주에 대한 약간의 뒷담화와 함께.

 

원래는 스위스 사람 소유였던 호텔을 작년에 중국 사람이 사들였고, 그 중국인 호텔 소유주는 아내 그리고 아들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이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왔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비로소 중국어, 스위스, 나이로비가 서로 연결되었고, 호텔 룸에서 발견했던 '룸 비치 물품별 가격표' 와 룸에 비치된 물품을 가져가지 말라는 경고문 그리고 호텔 어메니티를 포론트 데스크에 요청해야 비로소 내어주는 시스템이 이해가 되었다.

 

[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찍어 본 나이로비 시 배경]

'이제 내일 아침에 John과 함께 병원으로 가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는 동안, Paul 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리기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 같은 것이 되어 버릴 테니.

 

"일단 임계점을 넘어서 성질이 바뀌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markynkim.tistory.com/1141

 

 

브람스 곡 - "Wie Melodien zieht es mir op.105, No.1 나를 이끄는 멜로디처럼"

 

#sop_Jessye Norman 소프라노_제시 노먼

#pf_Daniel Barenboim 피아노_다니엘 바렌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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