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모 시인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어디든 떠나자. 아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한 사람은 떠나자고 한 사람은 떠날 수 없다고 하던, 친구 두 사람이 다음 날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 어디론가 떠납니다. 전날 어디든지 떠나자던 친구는, 바빠서 안된다는 친구가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왕복 비행기 티켓 두 장을 예매했지요.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는 친구의 눈빛에서, 나도 너와 어디든 떠나고 싶지만 지금 내 통장 잔고로는 그럴 수 없다. 친구의 진짜 사정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사정을 알아주는 친구.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 이 두 가지가 참 그리운 요즘입니다. 그리워하다 보면 어느새, 그땐 떠날 수가 없어서 안달했었지 하고 추억하는 날이 오겠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워하는 일..
받아쓰기/노날
2021. 9. 11.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