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바다, 가을 백사장에 남겨진 발자국을 바라보는 건 여름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여름 바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아니라, 가을의 쓸쓸한 모래 소리만 사각사각 묻어 있는 발자국. 마치 우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사장에 남겨진 발자국을 파도가 지우는 것처럼, 깊어가는 가을이 어지러운 발자취를 거두자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발자국 하나 거둘 때마다 힘들었던 걸음을 위로해 주고, 어지러운 발자취를 남기면서도 여기까지 온 스스로에게 애썼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 윤한 - "It Was You" https://youtu.be/eLIS-fO1wyg
"이 시를 읽는 데 엉뚱하게도 원효대사의 가을마당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원효대사가 아들 설총에게 늦가을 마당을 쓸어놓으라고 하니, 설총은 열심히 마당을 비질해서 낙엽 하나 없는 정갈한 마당으로 쓸어 놓았습니다. 원효대사는 ‘잘못 쓸었구나 다시 쓸어라’ 하고 말했고, 설총은 더 열심히 마당을 쓸었죠. 그러자 원효대사는 낙엽 몇장 주워서 마당에 두고, 가을마당은 이렇게 쓸어야 제격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가을마당을 쓰는 법이 있는 것처럼, 여름의 발자취를 거두는 법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지러운 발자취도 거두고, 거기에 가는 시선도 거두고, 물가에 서 있던 마음도 거두자는 시인의 권유처럼, 우리가 떠나온 여름마당을 비 질 할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