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떠나자. 아니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한 사람은 떠나자고 한 사람은 떠날 수 없다고 하던, 친구 두 사람이 다음 날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 어디론가 떠납니다. 전날 어디든지 떠나자던 친구는, 바빠서 안된다는 친구가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왕복 비행기 티켓 두 장을 예매했지요.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하는 친구의 눈빛에서, 나도 너와 어디든 떠나고 싶지만 지금 내 통장 잔고로는 그럴 수 없다. 친구의 진짜 사정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내 사정을 알아주는 친구.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 이 두 가지가 참 그리운 요즘입니다. 그리워하다 보면 어느새, 그땐 떠날 수가 없어서 안달했었지 하고 추억하는 날이 오겠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워하는 일..
"흑백의 오래된 영화 필름이 떠오르는 시. 사람 사이에 피고 지는 기쁨과 슬픔, 눈물과 탄식이 켜켜이 쌓인 듯한 시였습니다. 길고 영원한 약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백년이라는 말.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약속한다는 건, 사람 마음이 그만큼 출렁이며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수십 계단쯤 굴러갔던 마음이라도 천천히, 그 계단을 밟고 다시 올라오겠지요. 사랑이 어디 쉬운가, 이별이 어디 쉬운가, 누굴 마음에서 지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시인과 저녁의 술집에 마주 앉아 잔을 주고받는 것처럼, 백년이라는 글자가 꼼꼼하게 바느질 된 베개가 우리 인생에도 찾아왔다 간 것처럼,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저녁입니다. " -by 세음 ♬ 손성제 곡 이주엽 사 - "귀로" #voc_정미조 https://y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