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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가 스승 쟝 그르니에의 저서 <섬> 을 위해 쓴 서문입니다.

알베르 까뮈라는 작가를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건, 쟝 그르니에라는 스승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알제리의 빈민가에서 성장한 까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고등학교에 부임한 선생님 쟝 그르니에의 격려와 권유로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무려 28년 동안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며 편지를 주고받았지요.
때론 격렬한 토론과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를 향한 존경과 우정만큼은 변치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쌓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깊은 존경은 이렇게 빛난다는 걸, 
스승의 책에 쓴 까뮈의 서문을 통해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이토록 감동적인 서문으로 스승의 책을 빛나게 해 주었던 알베르 까뮈는, 이 책은 미처 받아보지 못하고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초창기 작품을 쓸 때 까뮈는 쟝 그르니에에게 조언을 구하고, 쟝 그르니에는 진심 어린 비평과 격려로 까뮈를 이끌어주었지요.
나이 차이가 많은 두 위대한 작가가 보여준 우정과 존경의 시간.

가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때면,
28년 동안 펼쳐온 그들의 여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by 세.음.

2019.04.08.월 저녁이 꾸는 꿈 받아씀.

 

* 덧 1.

라디오에서 멘트를 듣는 순간,

중학생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돌려보던 <플레이보이>, <허슬러> 같은 야한 미국 성인 잡지를

오래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누가 볼세라

가방 깊숙히 넣어 가던 때의 달뜨던 마음이 떠올랐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학교 도서관에서 까뮈의 <이방인> 을 읽고 난 뒤,

쟝 그르니에의 <섬> 도 읽고 싶어 들렀던 책방에서 <섬>은 없고,

책방 주인 아저씨가 권해 읽다가, 첫 장을 읽으며 문득 되살아났던 그때 그 달뜨던 마음의

그 날 저녁.

30년도 훌쩍 더 지난 오늘에도, 다행히 그 책도, 그 책방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 덧 2.

포스팅을 할 때까지만 해도 가만히 자리하고 있었던 책방이,

추석때 어슬렁거렸던 고향거리에서 이름도 모르는 '의상실'로 바뀌어 그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몇십 년 동안 운영해 오던 약국을 건강상의 이유로 폐업하게 되어,

동네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던

어느 약국의 약사님 마음이 생각나기도 해서 아쉬운 마음이 참 많았다.

 

신문수 작가의 만화 <로봇찌빠> 전집과 <에세이>라는 수필 월간지,

<정철 중학영어>와 <민병철 중학영어> 그리고 <SORIBANG> 과 <SMAT> <SK-2> 카세트 테이프를 사 가던 그곳.

 

그때 그 달뜨던 마음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들과의 작별"은

 

새삼 슬프고 또 그립다.


*** 덧 3.

'설렘'이라는 말도 좋지만, '달뜨는'이란 말을 더 머금고 싶다.

  



​**** 덧 4. "불빛은 크기에 상관없이 왜 언제나 짐작보다 따뜻한 걸까" - 편혜영 작가, <선의 법칙> 중


♬ 이남연 곡 - "Warmhea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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