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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시인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시인은 제철 물고기를 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회를 먹을 수 없어서 들어갔던 여고 앞 분식 집에서
주인 부부의 모습을 살피게 됩니다.

어딘가가 좀 아픈 안주인과 나이가 든 바깥양반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주문한 음식을 조리하면서 푸닥거리기까지 합니다.

거기에서 시인은 음식을 싹 비우고 나서,
낙서투성이의 분식집 벽면에 조그만 글씨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

땅에서 나는 것도 아니고, 물에서 나는 것도 아닌,
사람에게서 나는 것에 제철이라는 말을 썼던 시인.

시인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많은 것에 '제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점차로 차가워지는 이 계절에는

'사랑이 제철'이고
'포옹이 제철' 이고
'깎지 낀 손이 제철'이지요.

이 밤,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음악도 어쩐지 제철인 것만 같습니다."

-by 당밤

 

♬ Sergei Rachmaninoff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곡 - 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 III. Adagio 


#con_Simon Rattle 지휘_사이먼 래틀
#orch_London Symphony Orchestra 연주_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haxUUFLj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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