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시인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시인은 제철 물고기를 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회를 먹을 수 없어서 들어갔던 여고 앞 분식 집에서 주인 부부의 모습을 살피게 됩니다. 어딘가가 좀 아픈 안주인과 나이가 든 바깥양반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고, 주문한 음식을 조리하면서 푸닥거리기까지 합니다. 거기에서 시인은 음식을 싹 비우고 나서, 낙서투성이의 분식집 벽면에 조그만 글씨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 땅에서 나는 것도 아니고, 물에서 나는 것도 아닌, 사람에게서 나는 것에 제철이라는 말을 썼던 시인. 시인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많은 것에 '제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점차로 차가워지는 이 계절에는 '사랑..
"눈물과 함께 오는 슬픔, 음식의 간을 눈물 맛에 맞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슬픔은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입니다. 우리를 침묵하게 한 것도 슬픔이었고, 우리를 성장시킨 감정도, 우리를 누군가에게 다가가게 한 것도 슬픔이었죠. 슬픔을 함께 나눈 사람들과 맺은 특별한 연대감은 혈육의 정 이상으로 굳건합니다. 슬픔은 사랑 없이도 생겨나지만 사랑은 슬픔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누군가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 누군가와 멀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슬픔, 사랑의 절대 성분인 슬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처럼, Bonjour Tristesse, 슬픔에 안부를 묻고 싶은 저녁입니다." -by 세.음. ♬ Juliette Greco - "Bonjour Tristesse" htt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