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좋은 풍경을 누구보다 잘 즐기고 또 흠뻑 취할 수 있는 사람들. 아마도 가장 행복해지기 쉬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감이라는 건 어딘가에 쌓아둘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람처럼, 향기처럼 스쳐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종종 느끼죠. 그러니 그 순간을 아주 잘 붙잡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해지기 쉬운 사람이 아닐까. 이 계절의 풍경은 그런 순간을 자주 제공합니다. 더 늦기 전에 흠뻑 취해 봐야겠습니다. 그 느낌은 스쳐가 버리는 것이지만 그 흔적은 주머니 속의 은행잎처럼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by 풍.마. "허수경의 시와 글을 읽으면 '피부가 너무 얇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조금만 추워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는. 조금만 뜨거워도 불에 데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우리가 느끼는 것..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서문에 실린 글 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독일로 가서 고고학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신선한 마음으로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언어를 발굴하는 시인과 고고학자, 어딘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일에서 전해오는 소식과 발굴터에서 찍은 사진이며 시를 기쁜 마음으로 읽어 냈습니다. 최근에 시인이 말기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바쳐 다듬었다는 산문집 서문에 적힌 시.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이라는 표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봅니다. 시인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분명 시인이 새롭게 쓴 시를 다시 읽게 되리라 믿습니다. 독일 뮌스터에 있는 허수경 시인의 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