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의 꼿꼿함을 사랑했던 때도 있었지만, 해마다 새로운 잎으로 거듭 나는 활엽수에게서 인생을 배웁니다. 연둣빛 희망이었다가, 짙은 초록빛 일상이었다가, 아픈 듯 무안한 듯 혹은 황홀한 듯, 노랗고 붉은 단풍이었다가, 마침내 애착을 놓은 낙엽이 되는 잎새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내리며 인생 교과서가 되어 줍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저 찬란한 투신. 낙엽이 져서 쓸쓸한 것이 아니라, 낙엽처럼 질 줄 모르는 욕심과 미련이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우는 늦가을입니다." -by 세음 ♬ Carl Bohm 칼 봄 곡 - "Still wie die Nacht 밤처럼 고요한" Op.326, No.27 #ten_Piotr Beczala 테너_표트르 베찰라 #con..
"산을 오르며 정상이 어디쯤이냐 물으면 모두가 조금만 가면 된다고 말한다고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푸념으로 이 시는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도달해야 할 정상은 저 먼 봉우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건너온 징검다리와 지나온 길 모두가 닿아야 할 정상이었다는 것을 반성문처럼 적어 놓습니다.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던, 지나온 길에서의 반성문. 사랑인 줄도 모르고, 귀한 인연인 줄도 모르고 지나온 길 위에서의 회상이 십이 월이어서 더 긴 여운을 남깁니다. 한참 지나왔더라도, 그 시간이 큰 힘이 되었다고 혼잣말 같은 인사라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김광민 -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pf_김광민 youtu.be/Zl45irPz3ZU
"시인은 유독 별에 관한 시를 많이 썼지요. 마치 천문학자처럼 별에 정통한 시인은 별이라고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글썽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다고.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별들의 세상에 서 있습니다. 별들의 사명은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품은 것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지키는 것. 다른 별이 반짝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사명에 충실하며 오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궤도를 돌고 있겠지요.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듯 우주에도 반짝이는 별 보다 반짝이지 않는 별이 더 많고, 오늘도 밤 하늘에는 뜨지 않는 별들이 많았겠다 싶네요." -by 세.음.
'헌 신' 이라는 제목이 완벽하게 중의적으로 들립니다. 낡은 신발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를 떠나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한다는 의미의 헌신으로도 받아들이게 되지요.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를 낡고 편안한 신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신발이라도 신발을 신은 사람의 흔적에 따라 다른 모양과 역사를 갖게 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사랑도 그렇겠지요.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시의 첫 구절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다' 혹은 '나도 그랬었다' 고개 끄덕이는 분들이 많겠다 싶습니다." -by 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