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화자는 새벽에 잠이 깬 상태입니다. 너를 잊는 꿈을 꾸는 날엔 꼭 새벽에 잠이 깬다며 포도를 보는데 거기 얼굴이 어려 있습니다. 꿈에 있다가 안았던 사람의 얼굴입니다. 그렇게 또렷한데 또 화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열매가 올 거다. 네가 잊힌 빛을 몰고 먼 처음처럼 올 거다. 그러니까 화자는 그 사람을 잊고 싶은 걸까 잊혀질까봐 슬퍼서 이러는 걸까열매에서 빛을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잊지 못해 이러는 걸까 새벽 밤과 아침 사이 덮어뒀던 마음의 틈새가 보이는 시간. 환절기, 계절과 계절 사이 여러분 마음은 어떠신가요?"-by 당.밤. ♬ Felix Mendelssohn 멘델스존 곡 - "6 Lieder ohne Worte 무언가 無言歌 , Op. 19b: No. 1 in E Major" #pf_..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좋은 풍경을 누구보다 잘 즐기고 또 흠뻑 취할 수 있는 사람들. 아마도 가장 행복해지기 쉬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감이라는 건 어딘가에 쌓아둘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람처럼, 향기처럼 스쳐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종종 느끼죠. 그러니 그 순간을 아주 잘 붙잡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해지기 쉬운 사람이 아닐까. 이 계절의 풍경은 그런 순간을 자주 제공합니다. 더 늦기 전에 흠뻑 취해 봐야겠습니다. 그 느낌은 스쳐가 버리는 것이지만 그 흔적은 주머니 속의 은행잎처럼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by 풍.마. "허수경의 시와 글을 읽으면 '피부가 너무 얇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조금만 추워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끼는. 조금만 뜨거워도 불에 데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우리가 느끼는 것..

"그 농담 한 송이는 한 인생이 피워낸 가장 서러운 꽃일 테지.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고,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한, 빈 마음인 듯 털어낸 진짜 속마음일 테지. 농담 한 송이를 이룬 뿌리와 줄기와 꽃을 헤아려 봅니다. 흔한 슬픔과 드문 기쁨으로 이루어진 농담 한 송이. 멀건 한숨과 탕약처럼 진한 한숨으로 이루어졌을 농담 한 송이. 가슴속 펄펄 끓는 용광로에 한가운데 피었거나 혹은 폐허에 피었을 농담 한 송이. 우리의 사명은, 사랑하는 이의 삶에 핀, 그 꽃을 알아보는 일. 그 꽃을 따와서 그늘에 천천히 말리거나 뿌리를 내리도록 화분에 꽂아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
"허수경 시인이 남긴 마지막 책 속에서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이라는 글의 한 부분을 읽어 봅니다. 며칠 전 들려 온 시인의 부음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 소식이 날아온 그토록 먼 거리가 실감나지 않아서, 쉰 네살이라는 나이가 아파서, 어쩔수 없이 시인이 남긴 책을 또 들춰 봅니다.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이라고. 되돌아 보면 인생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꼭 다시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남긴 허수경 시인에게, 우린 어떤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요." -by 세.음. 2018.10.05 금. ♬ Willie Nelson 윌리 넬슨 곡 - "Always On My Mind" #voc_Willie Nelson 윌리 넬슨 https://youtu.be/zp..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서문에 실린 글 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독일로 가서 고고학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신선한 마음으로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언어를 발굴하는 시인과 고고학자, 어딘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일에서 전해오는 소식과 발굴터에서 찍은 사진이며 시를 기쁜 마음으로 읽어 냈습니다. 최근에 시인이 말기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바쳐 다듬었다는 산문집 서문에 적힌 시.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이라는 표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봅니다. 시인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분명 시인이 새롭게 쓴 시를 다시 읽게 되리라 믿습니다. 독일 뮌스터에 있는 허수경 시인의 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