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 자리에서 열매가 맺고 그 열매가 영글어갈 때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설렘과 한숨을 겪었을까. 찬란한 빛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글게 할 때 까지, 뜨겁던 시간 만큼이나 참담한 시간들도 겪었을텐데. 어떤 시간들을 겪어야 녹말물이 가라앉듯,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도 그렇게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음에 몇번쯤 도달해 보고, 그 평온함에 이르렀을 때,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 지고, 뜨거웠던 마음이 식고, 찬란하던 빛이 사위어 가고, 그 과정에서 건져올린 '간신히’ 라는 단어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by 세음 2019.05.14. 화 저녁이 꾸는 꿈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는 말 처럼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상처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곤 했는데.상처 자체와 상처에 대한 나의 태도와 느낌은 다르다는 걸, 다른 것이라는 걸.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비슷한 상처를 겪으면서누군가는 허물어지고, 누군가는 더 단단해지는 이유가 거기 있겠지요.결코 상처받지 않겠다고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어떤 상처가 찾아와도 거기서 배우고 견디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생각.그렇게 하려면 나를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처럼 다시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by 세.음. 세.음.2019.05.13. 월
"지혜롭게 한 생을 살다 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조급해 지지 말고 초조해 지지 말라는 당부를 남겼습니다. 한 밤 자고 나면 나아질 거다 이렇게 얘기해 주신 어른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초조하게 나를 몰아세우고 조급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려 합니다. 맑고 곧은 한 생을 살다 가신 법정 스님이 선물처럼 주신 말씀. "시간 밖에서 우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끌어안습니다. 잘 보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지혜로운 사람처럼, 시간 밖에서 우리의 삶을, 우리의 선택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by 세음 세음 2019.05.10.금.
"까뮈는 자신이 선천적 질병과도 같은 무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삶의 어느 부분은 무관심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 그의 육성이 들릴 것 같습니다. 없는 것 투성이의 삶이었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스승의 보살핌으로 작가가 된 알베르 까뮈. 그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세계와 분리되지 말라고. 세계 속에서 자신의 것을 잃지 말라고. 자신의 인생을 바쳐 얻은 빛나는 통찰을 전하고 있지요.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가 될 수 있고, 혼자이면서도 함께 될 수 있는 경지에 어떻게 하면 이를 수 있을까 봄날의 숙제처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by 세음 세음 2019.05.0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