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 주인공이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Je Vole’ (비상) 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부모님, 남동생, 모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가족과 세상을 잇는 소통을 책임지고 있던, ‘폴라 벨리에’ 는 자신도 몰랐던 음악적 재능을 깨닫고, 음악 선생님의 제안으로 파리 합창학교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자신이 떠나면 가족이 힘들어 하리란 걸 알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서로 몰랐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폴라는 파리의 오디션 무대에 서게 됩니다. 객석에서 노래를 지켜보는 부모님을 위해 폴라는 수화로 노래의 의미를 전달하죠. 가족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거라고. 폴라의 노래는 진심이 담긴 노래였고, 가슴으로 듣는 노래이자 눈으로..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서문에 실린 글 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독일로 가서 고고학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신선한 마음으로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언어를 발굴하는 시인과 고고학자, 어딘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일에서 전해오는 소식과 발굴터에서 찍은 사진이며 시를 기쁜 마음으로 읽어 냈습니다. 최근에 시인이 말기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바쳐 다듬었다는 산문집 서문에 적힌 시.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이라는 표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봅니다. 시인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분명 시인이 새롭게 쓴 시를 다시 읽게 되리라 믿습니다. 독일 뮌스터에 있는 허수경 시인의 쾌유..
"마리오는 아름다운 베아트리체에게 한 눈에 반했고,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마리오를 걱정하면서 ‘빨리 나아야 할 텐데’ 하고 말하지요. 그러나 마리오는 손사레를 치면서 말합니다. ‘아니에요. 절대 낫고 싶지 않아요. 오래 앓을 거예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아프다고. 그러니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마리오의 존재는 참 신선했습니다. 그렇죠. 사랑하면서 아프지 않기를 바랄수는 없겠지만, 당신으로 인해 얼마든지 더 아파도 좋은 것. 당신이 아플 때 기꺼이 같이 앓겠다고 손을 잡는 것. 그것이 사랑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2018.08.22 저녁꿈 받아씀.
‘청춘’ 뒤에 따라 붙는 수식어는 늘 뜨거운 것이어서 열정도 뜨겁고, 상처도 뜨겁고, 계획은 무모 할 정도로 거창하고, 사랑 또한 뜨겁고 아픈 것이라고 기록되고는 했지요. 하지만, 청춘이란 활화산이 아니라 휴화산 같은건 아닐까. 끓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힘을 청춘이라 부르는 건 아닐까. 청춘을 가만두라는 건,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뜻이 아니겠지요.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도 모르고, 청춘은 이래야 한다는 세상의 주장에 등 떠밀리지도 말고,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라는 의미일 겁니다. 내 마음은 어디로 흘러 가는 가. 우리의 나이가 어느 눈금에 있던, 한번쯤 내 마음이 흘러 가는대로 두어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by 세음
"영화 은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뉴저지 주의 페터슨 시에서 버스 운전사로 일하는 패터슨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아침에 손에 쥐었던 성냥이 시가 되고, 버스에 탄 승객의 대화에서 시를 ‘건져 올리기’ 도 합니다. 어느날 시가 적힌 노트를 그의 애완견이 물어 뜯어 놓습니다. 황망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 패터슨이 벤치에 멍하게 앉아 있는데, 패터슨 출신의 유명한 시인의 흔적을 찾아 왔다는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에게 새 노트를 한권 선물합니다. 남자는 노트를 건네면서 패터슨이 이런 말을 했지요. ‘가끔은 텅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물 하지요’ 선문답 같고 동화 같던 이 장면은 이십년 동안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짐 자무쉬' 감독이 쓴 시였겠지요. 일상과 시는 엄청난 거리를 가진 것일까. 텅빈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