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을 땐 이라는 제목을 복수형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꽃으로 가득한 을 의미하는 걸까 싶습니다. 그러다 또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졌구나 싶기도 하네요. 시인이 감추어 둔 고운 퀴즈를 하나씩 풀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 꽃 가게가 '꽃들'이라는 간판을 가지고 있다니, 더 이상의 수식을 거절하는 그 순한 간판이 오히려 꽃을 더 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주를 다 품은 것처럼 드넓은 간판이 피워낸 인 것 같습니다." -by 세음 ♬ Richard Rodgers 리차드 로저스 곡 - "My Favorite Things" from 영화 #voc_Julie Andrews 노래_줄리 앤드루스 https://youtu.be/33o32C0ogVM

"금요일 저녁. 어두운 길 위에서 생각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왼손을 그리워하는 오른손. 입맛 도는 음식을 싸 들고 문병 가고 싶은 환자. 바꾸고 싶어도 자꾸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실패한 가르마.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은 삼십촉짜리 전구.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것을 모르는 그 옛날의 우직한 폴더폰. 달면서도 아리고 매운 생강차. 홍합을 끓인 국물쯤은 언제든 공짜로 내어주는 저녁의 포장마차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정다운 원수. -by 세.음. ♬ Rainbow on the Moon #per_S.E.N.S. 연주_S.E.N.S. youtu.be/tBc9HKZGi_I

"나이가 든다는 건 뭘까, 어떻게 나이가 들면 될까" "나이가 들면 삶이 내리막을 향해 간다는 인식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젊음만을 부러워하거나 젊음이 삶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다가,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고 있는 나를 자연스럽게 긍정하고 중심을 잘 잡고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현실적으로 세 가지 정도가 필요하겠더라구요. 첫 번째는 나를 포함한 내 가족의 노후를 책임질 통장. 두 번째는 칠십대가 되어도 만보는 너끈히 걸을 수 있는 튼튼한 연골과 근육.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노력해야죠. 세 번째는 제 삶의 의미를 지켜주는 단 하나의 그 무엇. 저한테는 어쩌면 시와 작업이 될 수 있겠죠. 이런 세 가지는 지키고 살아야 즐겁게 나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함께 행복할 사람. 경제적으로 필요..

"흑백의 오래된 영화 필름이 떠오르는 시. 사람 사이에 피고 지는 기쁨과 슬픔, 눈물과 탄식이 켜켜이 쌓인 듯한 시였습니다. 길고 영원한 약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백년이라는 말.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약속한다는 건, 사람 마음이 그만큼 출렁이며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수십 계단쯤 굴러갔던 마음이라도 천천히, 그 계단을 밟고 다시 올라오겠지요. 사랑이 어디 쉬운가, 이별이 어디 쉬운가, 누굴 마음에서 지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시인과 저녁의 술집에 마주 앉아 잔을 주고받는 것처럼, 백년이라는 글자가 꼼꼼하게 바느질 된 베개가 우리 인생에도 찾아왔다 간 것처럼,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저녁입니다. " -by 세음 ♬ 손성제 곡 이주엽 사 - "귀로" #voc_정미조 https://yout..
"시인은 일곱 살 무렵 벼 타작을 돕다가 눈을 다쳤다고 합니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고 말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그 흉터, 그 상처 위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헌정하는 시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나를 잘 모르고, 내가 나를 좋아하지 못하고, 내가 나를 아끼지 못해서 더 큰 상처를 만들고 마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내가 좋다라는 시 제목이 우리에게 긴 긴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내가 선생님이라면 나는 내가 좋다고 백 번쯤 소리 내어 말해보라는 숙제를 내주고 싶습니다. 흉터를 껴안은 눈을, 눈물이 괼 줄 아는 나의 눈이 좋다고 쓴 시인을 조금씩 닮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by 세음 세음 2019.09..
"한 줄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꼭 필요한 자리에 쉼표를 찍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어깨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고 사느라. 고단했던 온몸에 힘을 빼게 하는 시. 몸을 굽혀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일과 삶의 균형을 챙겨야겠다고. 이 고운 시에 화답하고 싶습니다. 멈춰 서지 않는다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고 돌아보지 않는다면 함께 가는 사람이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없고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여름 꽃이 피었는지, 자두가 익었는지 아름다운 무언가가 내 곁을 지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거라고. 자주 마음에 새겨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시를 읽었는데 한편의 성장 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시의 제목처럼 누구에게나 첫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나를 만나는 첫 기억. 심리학에선 첫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하지요. 나의 관한 첫 기억 부모님에 관한 첫 기억 학교에 관한 첫 기억 사랑에 관한 첫 기억. 첫 기억이란, 첫 사랑이나 첫눈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나에 관한 기억, 나의 첫 기억은 무얼까. 누나의 등에 업혀 누나가 부르던 노래를 기억하는 시인처럼, 나의 첫 기억을 "기특하게" 꺼내올 수 있을까. 기억의 저편을 뒤적여봅니다." -by 세.음. 2019.05.31.금. 저녁 꿈 받아씀. ♬ "The Last Goodbye" - from 영화 #voc_Billy Boyd 노래_빌리..
"봄날의 공기에는 공중부양의 힘을 가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입생 때의 그 마음처럼 새 노트를 펼치게 하고, 첫 장에 이름을 쓸 때의 떨림을 기억하게 하고, 자기부상 열차처럼 발이 땅에서 1센티쯤 떨어진 느낌도 들게 하고, 무거운 외투에 어깨를 짓눌렸던 겨울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봄날, 무엇이든 새로 해보려는 마음이 드는 이 봄날이 좋습니다.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봄볕 드는 창가에 등을 대고 앉아있으면, 뽈 발레리 Paul Valéry 의 유명한 시 에 나오는 구절처럼 Le vent se lève...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그런 생생함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by 세.음. 세음 2019. 03. 28. 목. yout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