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한테는 무릎을 꿇어도 좋다는 말. 눈덮힌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딱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겨야한다고 버텨야한다고 애쓰며 살던 자신을 한번쯤 풀어 놓게 하는 말. 우리가 첫눈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 중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은 사람들까지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담요 같은 첫눈이었기를 바래봅니다." -by 세.음. ♬ Emil Waldteufel 에밀 발트토이펠 곡 - "Les Patineurs Valse" (The Skaters Waltz 스케이터즈 왈츠) Op.183 #orch_André Rieu & His Johann Strauss Orchestra 연주_앙드레 류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 https:/..

"긴 장마는 끝나고 우리는 여름으로 되돌아왔지만, 수해 끝에 주저앉아 있는 분들도 많고 복구 작업하느라 물집이 잡힌 손과 발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무더위에 땀으로 범벅이 된 방호복을 입고, 여전히 고생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제대로 보답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러 가는 대열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마음으로는 그 눈물 닦아드리고, 땀도 닦아드리고, 벼 한 포기라도 같이 일으켜 세우고 싶습니다. 그늘을 사랑하는 사람 눈물을 사랑하는 사람 그늘이 되어주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 여름의 막바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Bobby Vinton - "Mr.Lonely" #vc_溝口肇 첼로_하지메 미조구치 ht..

"반짝이는 불빛들이 점령한 도시의 골목을 두어 번만 꺾어 들어오면, 어둡고 춥고 쓸쓸한 골목들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마음의 골목을 두어 번만 돌아오면, 외롭고 쓸쓸한 내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 곁에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발자국이 있지는 않을까요. 모두가 얼마쯤은 외로웠을 2020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하듯 인사하고 싶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더 평화로워지세요." -by 세.음. ♬ 까딸루냐 전통 크리스마스 송 - "El Noi de la Mare (The Child of the Mother 성모의 아이)" #per_Rosenberg Trio 연주_로젠보리 트리오 www.youtube.com/watch?v=eCqD4KYT1ag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를 타고 쏜살같이 지나쳐 오던 길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들으며 무심코 지나치다가 신호등처럼 서 있던 그 사람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남들이 다 내려선 길을 가는 사람. 속세에 사는 성인처럼 맑은 결을 가진 그 사람을 만나면, 가벼운 목례를 건네고 몇 걸음 뒤에서 천천히 따라 걸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가는 봄 길을" -by 세음 ♬ 김민기 - "아름다운 사람" #orch_th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연주_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youtu.be/ECarz7-OyZo

"가까이 있는 겨울 산이나 숲을 다녀올 때 이 추위에 새들은 어디에서 겨울을 나는지 어떻게 견디는지 궁금하고 걱정되곤 하지요. 강한 척하지만 약한 사람들은 튼튼한 지붕 안에서도 불평이 많은데, 새들은 허술한 지붕을 탓하지 않고, 몰래 내리는 눈도 놓치지 않고, 별이 가장 빛날 때도 놓치지 않네요. 튼튼한 지붕 아래에서도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안부를, 지붕 없는 둥지에 깃든 새들이 묻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아름답고 고운 것들은 튼튼하고 화려한 곳이 아니라 쓸쓸하고 허술한 곳에 더 많이 깃드는 법이죠. 쓸쓸한 겨울 숲에 우리가 모르는 것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2019.12.11.수 받아씀.
"비밀, 남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을 묵비라고 합니다. 영어사전에는 nonconfession 고백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silence 침묵이 같은 의미로 표현되어 있지요.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바람처럼 선선한 시인의 어법이 바람과 묵비라는 아스라한 단어들과 만나 종일 묶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 놓은 것처럼, 몸을 옥죄던 것들을 벗어던진 것처럼, 홀가분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운주사를 지나며 대웅전 풍경소리를 울렸을 뿐 가끔 당신의 마음속 닫힌 문을 두드리는 문소리를 크게 내었을 뿐 바람 그리고 침묵이 만드는 자유롭고 넓고 은은한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by 세음 2019.01.28 저녁이 꾸는 꿈 받아씀.
"세월이 흘러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나이와 내 나이가 같아졌을 때,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의 아버지는 멀고, 어렵고, 뒷 모습이 무척 쓸쓸 했는데. 그때의 아버지가 품으셨을 외로움이나 아버지가 진 짐의 무게 같은 걸 생각지도 못하고, 무심하게 나이를 먹었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왜 아들의 이름을 한번씩 불러 봤는지, 왜 아들의 얼굴을 말 없이 바라 보곤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시인처럼 말이죠. 부모님의 시간을 이해한다는 건, 20분쯤 늦게 들어가 앞부분을 놓친 채 보게 된 영화 같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by 세.음.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