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잘 안될 때면 기본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삶이 힘들거나 팍팍하거나 시들해지면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지요. 그럴 때 떠오르는 시가 에밀리 디킨슨의 이 시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완벽한 은둔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요하게 살았고, 고요하게 글을 쓰고, 고요하게 누군가를 사랑했습니다. 1700 편이 남는 시를 남겼고, 20대 후반에 선생님이라고 부른 한 남자를 사랑한 흔적은 몇 통의 편지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랑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그릇만큼 밖에는 사랑을 담지 못한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으며 우리 사랑의 그릇은 어느 만큼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세음 2019.01.14 월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글 라는 책 속의 한 구절입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 뒤에 찾아 온 인생의 위기를 묵묵히 걷는 일로 헤쳐 나갔습니다. 일은 사라졌고,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막막한 사막에 던져진 것 같은 삶을 정말로 막막한 사막을 건너며 견뎠죠. 그렇게 떠난 사람에게 경쟁이, 속도가 무슨 의미일까요. 천천히, 오래, 묵묵히, 걷는 사람은 반드시 변한다지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기회가 없이 살아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 그럴겁니다.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도 떠들썩하게 단체로 걷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상의 한 시간을 떼어서 혼자 조용히 걷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기도가 되고, 매 순간 우리를 경쟁으로 밀어 넣으려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
"시를 빚는 시인의 마음에 순하거나 독하거나 하는 농도가 있다면, 최승자 시인의 시는 아주 독하게 쓴 시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남들보다 특별히 더 아프고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최승자 시인이, 자신의 인생을 제물로 바쳐 얻어낸 문장들. 시인의 아픈 육성 같아서 한 줄 한 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최승자 시인의 청춘 트라이앵글을 가만히 생각하자니, 백석시인이 말한 외롭고 높고 쓸쓸함 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것 없는 이 트라이앵글이 있기 때문에 청춘은 힘겹고 그래서 또한 청춘은 빛나고 또 아름다운 것. 그 역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물방울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은 저마다 따로 점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젊은 날의 생각이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삶은 물방울 무늬의 못 같은 곳이라는 생각, 하나로 연결된 리본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세상에 건넨 것을 받고, 세상이 거슬러 준 것이 오늘의 삶이라는 생각. 지금 내가 껴안고 있는 것이 모두 거슬러 받은 것이었다 싶으니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추억도, 상처도, 한숨도, 가끔은 과분하게 느껴지는 기쁨도 모두 거슬러 받은 것이라 생각하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삶은 왜 내가 던진 돌멩이가 아니라, 그것이 일으킨 물무늬로서 오는 것이며 한 줄기 빛이 아니라 그 그림자로서 오는 것일까 왜 거스름 돈으로서 주어지는 것일까 삶을 받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