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큰 그릇이라는 길처럼, 라디오도 지상에서 가장 큰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라디오가 지상에서 가장 은은하고 다정하고 힘이 되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전해드린 시였습니다. 라디오는 라디오일 뿐이지만 가끔은 진화하는 생명체처럼 보이지 않는 전파가 우리를 굳건하게 맺어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요.더 좋은 음악과 이야기가 여러분께 건너가 위로가 되기를. 여러분께서 굳건하게 잡아주신 손길이 저희에게로 와서 발전소 하나쯤 너끈히 지을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민복 시인의 그릇이라는 시 함께 해 봤습니다." -by 세음 2019.09.03.화
"라이너 쿤체 Reiner Kunze, 현존하는 서정시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라이너 쿤체를 꼽겠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대문자로 써야 할 글자도 소문자로 쓰면서 키 작은 꽃처럼 사람들 가까이에 다가 앉아 마음에 스며드는 시를 쓰는 시인이죠. 한때 동독에서는 그의 시를 대문에 붙여 두는 것이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저항 시인이기도 합니다. 은엉겅퀴. 키 작은 이 꽃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고요히 피어 있지만, 어디서나 그 은빛을 조용하게 빛내고 있습니다. 지혜롭게 살아온 시인 혹은 존경스러운 영혼처럼 말이죠. 삶의 방향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등대처럼 찾기 위해서 이 짧은 시를 외워두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by 세음 ♬ Mark Knopfler 마크 노플러 곡 - "Going Home" ..
"시의 중간쯤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당신은 시계방향으로 나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 하나는 시계방향으로 하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야 만날 수 있는 톱니바퀴에서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각자의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에서 만남과 이별 혹은 만남도 아니고 이별도 아닌 관계를 그려내는 담담한 문장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깁니다. 영화 을 좋아하고 그 영화에서 이 시를 쓸 영감을 얻었다는 시인이 행간에 심어둔 것들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습니다." -by 세음 세음 2019.08.30.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는 1945년 2차대전 직후 폐허가 된 폴란드에서 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고통을 체험한 시인, 그 고통을 정확히 표현하고 치유할 수 있는 단어를 찾으려 했던 시인의 노력은, 절제되어 있지만 뜨겁고 숭고한 것이었죠. 간결하고 쉬운 단어들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긴 여운이 남는 선물 같은 시. 두 번은 없다에 담긴 명확하고도 다정한 조언을 마음에 새깁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어떤 일도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허무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욱 귀한 인생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봅니다." -by 세음
'헌 신' 이라는 제목이 완벽하게 중의적으로 들립니다. 낡은 신발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를 떠나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한다는 의미의 헌신으로도 받아들이게 되지요.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를 낡고 편안한 신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신발이라도 신발을 신은 사람의 흔적에 따라 다른 모양과 역사를 갖게 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사랑도 그렇겠지요.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시의 첫 구절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다' 혹은 '나도 그랬었다' 고개 끄덕이는 분들이 많겠다 싶습니다." -by 세.음.
영화 의 주인공 아이리스 머독은 아름다웠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고 작가로 철학자로 빛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았죠. 문학평론가인 남편 존 베일리는 그녀를 헌신적으로 간호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행동을 하고 과거의 상처를 자꾸 일깨우는 아이리스를 보며 절망감에 시달리기도 하지요. 아이리스의 친구 장례식에 다녀온 날, 아이리스는 두려움에 떨며 숲으로 도망쳤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리스를 발견한 존은 그녀를 일으키는 대신, 자신도 곁에 함께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많은 희망과 절망을 살아 낸 노학자가, 자유분방한 아이리스를 사랑하느라 상처도 많았던 한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아이리스를 일으켜 세우고, 먼지를 털고, 함께 걸어가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