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깊이 묻어 둔 것들의 목록을 시인이 알려줍니다.텅텅 빈 바다, 길게 사무치는 노래, 늙은 돌배나무의 그림자, 겁에 질린 얼굴, 충혈된 눈, 파란 불꽃, 가을비 뿌리는 대숲.어느 지점에 숨겨 놓았는지 주소를 몰라도, 약도가 없어도, 너무나 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목록들이 시에 담겨 있습니다.사랑한다는 건, 누군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는 건, 깊이 묻어둔 것을 알아본다는 것일지도, 그 목록을 공감하거나 공유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금요일 저녁,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잘 보이는 것들. 깊이 묻어둔 기억과 상처, 기쁨과 슬픔들에게 오랜만에 인사를 보내고 싶어집니다."-by 세.음. ♬ 김광민 - "Dear Father" #pf_김광민
"영화 첫 부분에 '브루노 간츠'의 담담한 목소리로 들리던 시.아이가 아이였을 때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순식간에 우리를 옛날로 데려가는 이 시는,아이가 아이였을 때의 행복과 지금 쫓기듯 살고 있는 어른들을 대조적으로 비추고 있습니다.하지만 시의 끝 부분에 가면,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항상 첫 눈을 기다렸는 데 지금도 그렇다는 대목이 나오지요.내 안에 있는 아이는 잘 자라서 평화로운 어른이 되었을까혹시 그 아이는 지금도 울고 있는 건 아닐까아이가 아이였을 때를 조금씩 떠올려 봅니다."-by 세.음.
"눈앞에 닥친 일들을 잠시 유예하고 싶을 때나 체념이 필요할 때 '당분간'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흐려진 눈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 혹은 뭔가 초월할 수 있을 것 같을 때에도 '당분간'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시인이 써 놓은 당분간이란 어떤 마음이 불러낸 것일까요? 어쩌면 당분간이라는 말은 파울로 코엘료가 쓴 '막투비 Maktub' 라는 주문 못지않게 마법의 힘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피가 흐르는 곳을 지혈시키는 말이기도 하고 절망을 잠시 미뤄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뛰어넘을 엄두도 못 내던 것을 훌쩍 뛰어넘게 하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절망하기 전에 다 버리고 떠나기 전에 먼저 '당분간'이라는 말을 한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by 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