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지 못하고, 천천히 가는 건 더욱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땀 흘리며 걸어온 길. 이젠 언덕에 올라 잠시 쉬어가야 할 무렵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더위도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건 아닐 겁니다. 천천히 지나가야 할 시절이니 걸음걸이를 늦추라고, 잠시 더 햇볕을 받으며 여물어 가라고 알려주려 우리 곁에 오는 것이겠지요.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처럼, 언제나 좋았던 시절이었다는 시인의 회고처럼, 혹은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를 새삼 깨닫는 성찰의 순간처럼, 뉘엿뉘엿 지나가는 시절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작년에 타계한 프랑스의 영화감독, 아니에스 바르다 (Agnes Varda)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아니에스 바르다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로 불리운 감독이자, 으로 알려진 자크 데미 (Jaques Demy) 감독의 아내이기도 하지요. 여든 여덟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보다도 더 활기차고 싱싱한 예술 정신을 보여주는 아니에스 바르다 감독과 서른세 살의 사진작가 제이알의 여정을 담은 이 영화에는, 예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어떻게 아름답게 스며들 수 있는지,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지가 담겨 있지요. 우연에 몸을 맡기고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거대한 사진 작품으로 농민을 응원하고, 카페에서 수십 년간 일한 여자를 응원하고, 시멘트 공장의 노동자들을 예술..
"한 달만 살면 삶이 완벽하게 달라지거나 그리운 것이 없어지리라는 기대가 아니라 한 달이 지나도 그리운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마음. 1000개라는 말이 간절함을 담은 숫자인 것처럼 한 달이란 그리움을 담을 절박한 그릇 같은 것이겠지요. 시인이 시속의 섬을 제주도 아니고 우도도 아니고 무명도라고 이름 지은 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이 섬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한 달이라는 간절함도 깊은 그리움도 그리고 뜬 눈으로 살자는 권유까지도, 모두 한 바가지의 찬물처럼 마음에 와닿습니다. 누구나의 섬, 무명도에서 뜬 눈으로 한 달만 보내고 올 수 있기를. 올해 여름엔 모두에게 그런 시간이, 그런 마음이 피어나기를 바라봅니다. -by 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