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글입니다. 고독에 관한 융의 분석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쓸쓸했던 날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있고 함께 있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했던 것을 공유할 수 없어서 쓸쓸했던 날들. 그것은 우리가 융처럼 뛰어나서가 아니라, 저마다의 세계가 부딪히고 섞이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그 고독이야 말로 우리를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지점이 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내가 소중하다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못해서 고독해도, 다른 사람의 고독을 우리가 어쩔 수 없어도, 그래서 인생이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래서 우리는 좀더 성숙해지고 향기로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세음 2018..
"이 시를 읽는 데 엉뚱하게도 원효대사의 가을마당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원효대사가 아들 설총에게 늦가을 마당을 쓸어놓으라고 하니, 설총은 열심히 마당을 비질해서 낙엽 하나 없는 정갈한 마당으로 쓸어 놓았습니다. 원효대사는 ‘잘못 쓸었구나 다시 쓸어라’ 하고 말했고, 설총은 더 열심히 마당을 쓸었죠. 그러자 원효대사는 낙엽 몇장 주워서 마당에 두고, 가을마당은 이렇게 쓸어야 제격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가을마당을 쓰는 법이 있는 것처럼, 여름의 발자취를 거두는 법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지러운 발자취도 거두고, 거기에 가는 시선도 거두고, 물가에 서 있던 마음도 거두자는 시인의 권유처럼, 우리가 떠나온 여름마당을 비 질 할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by ..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가장 필요한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세음 2018.08.25 OM
"영화 의 주인공이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Je Vole’ (비상) 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부모님, 남동생, 모두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가족과 세상을 잇는 소통을 책임지고 있던, ‘폴라 벨리에’ 는 자신도 몰랐던 음악적 재능을 깨닫고, 음악 선생님의 제안으로 파리 합창학교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자신이 떠나면 가족이 힘들어 하리란 걸 알고 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서로 몰랐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겪고, 우여곡절 끝에 폴라는 파리의 오디션 무대에 서게 됩니다. 객석에서 노래를 지켜보는 부모님을 위해 폴라는 수화로 노래의 의미를 전달하죠. 가족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거라고. 폴라의 노래는 진심이 담긴 노래였고, 가슴으로 듣는 노래이자 눈으로..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서문에 실린 글 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독일로 가서 고고학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신선한 마음으로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년이 넘었습니다. 언어를 발굴하는 시인과 고고학자, 어딘가 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일에서 전해오는 소식과 발굴터에서 찍은 사진이며 시를 기쁜 마음으로 읽어 냈습니다. 최근에 시인이 말기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바쳐 다듬었다는 산문집 서문에 적힌 시.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이라는 표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어 봅니다. 시인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분명 시인이 새롭게 쓴 시를 다시 읽게 되리라 믿습니다. 독일 뮌스터에 있는 허수경 시인의 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