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큰 그릇이라는 길처럼, 라디오도 지상에서 가장 큰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라디오가 지상에서 가장 은은하고 다정하고 힘이 되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전해드린 시였습니다. 라디오는 라디오일 뿐이지만 가끔은 진화하는 생명체처럼 보이지 않는 전파가 우리를 굳건하게 맺어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요.더 좋은 음악과 이야기가 여러분께 건너가 위로가 되기를. 여러분께서 굳건하게 잡아주신 손길이 저희에게로 와서 발전소 하나쯤 너끈히 지을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민복 시인의 그릇이라는 시 함께 해 봤습니다." -by 세음 2019.09.03.화
"무슨 꽃을 보고 읊은 시 일까요. 바로 맨드라미입니다. 시를 쓴 이는 고려 시대의 시인 이규보. 맨드라미에 관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이규보의 시라고 하는데요. 이규보에겐 맨드라미에 관한 시가 몇 편 더 있습니다. 이규보는 왜 그리 닭 머리를 닮은 꽃, 꽃잎은 두껍기 그지없는 맨드라미에 애틋함을 보였을까요. 모든 꽃 봄여름에 피고 지건만, 예뻐라 너는 여름 거쳐 늦가을까지 피는구나. "오래 볼 수 있어서" 였습니다. 변치 않는 것, 오래가는 것, 마음에 느낌표를 주는 것들입니다." -by 노날 ♬ Camille Saint-Saëns 생상스 곡 - "Mon coeur s'ouvre a ta voix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from 오페라 Op. 47, R. ..
"지난봄 숲해설사와 함께 숲속을 거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저는 무수히 많은 나무들 사이를 걸었고, 그만큼 많은 식물들의 이름도 귀와 마음속에 담았는데요. 한동안 그날을 잊은 채로 살다가 팔월의 달력을 넘기는 순간,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저는 바쁜 일들에 시달리고 있었고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해야 할 일들에 둘러쌓여서 정신없이 빈틈없이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올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한 나무의 향기를 맡으러 떠나 보고 싶습니다. 그 어떤 의무감도 없는 봄날의 그 약속을 한 번쯤은 지켜보고도 싶습니다." -by 당밤 당밤 2019.09.02.월.
"라이너 쿤체 Reiner Kunze, 현존하는 서정시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라이너 쿤체를 꼽겠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대문자로 써야 할 글자도 소문자로 쓰면서 키 작은 꽃처럼 사람들 가까이에 다가 앉아 마음에 스며드는 시를 쓰는 시인이죠. 한때 동독에서는 그의 시를 대문에 붙여 두는 것이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저항 시인이기도 합니다. 은엉겅퀴. 키 작은 이 꽃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고요히 피어 있지만, 어디서나 그 은빛을 조용하게 빛내고 있습니다. 지혜롭게 살아온 시인 혹은 존경스러운 영혼처럼 말이죠. 삶의 방향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등대처럼 찾기 위해서 이 짧은 시를 외워두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by 세음 ♬ Mark Knopfler 마크 노플러 곡 - "Going Home" ..
"이성복 시인은 여름의 끝에서 폭염과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꽃을 피우는 여름 나무 백일홍을 보았습니다. 이성복 시인이 본 여름 나무는 나무 백일홍이라고 불리우는 나무 백일홍이었을 겁니다. 배롱나무도 백일홍처럼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기 때문에 폭염과 폭풍을 피할 수 없는 나무죠. 바로 그 폭염과 폭풍 속에서 우박처럼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에서 이성복 시인이 보았다는 여름의 끝. 오늘은 구월이라는 달 이름에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8월 31일과 9월 1일, 하루 차이인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보는 느낌입니다." -by 노날 노날 2019.09.0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