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22세기 사어 수집가」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어 死語 그러니까 더 이상 쓰지 않는, 죽은 말들에 대한 책이었는데요. 제목에 22세기가 들어가는 이유는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며 써 내려간 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쓰고 있지만, 먼 미래에는 쓰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을 모아 둔 건데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의 예술가들은 이 책 속에 사라질 것 같은 추측해서 이유를 적어 두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차별'에 관한 단어가 없어질 거라고 낙관적인 예측을 한 사람도 또 '환경오염'으로 잃어버린 것들을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by 당밤 당밤 2019.08.30.금 http://www.yes24.com/Product/Goods/1..
"시의 중간쯤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당신은 시계방향으로 나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 하나는 시계방향으로 하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야 만날 수 있는 톱니바퀴에서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각자의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에서 만남과 이별 혹은 만남도 아니고 이별도 아닌 관계를 그려내는 담담한 문장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깁니다. 영화 을 좋아하고 그 영화에서 이 시를 쓸 영감을 얻었다는 시인이 행간에 심어둔 것들을 천천히 따라가고 싶습니다." -by 세음 세음 2019.08.30.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는 1945년 2차대전 직후 폐허가 된 폴란드에서 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고통을 체험한 시인, 그 고통을 정확히 표현하고 치유할 수 있는 단어를 찾으려 했던 시인의 노력은, 절제되어 있지만 뜨겁고 숭고한 것이었죠. 간결하고 쉬운 단어들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긴 여운이 남는 선물 같은 시. 두 번은 없다에 담긴 명확하고도 다정한 조언을 마음에 새깁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 어떤 일도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허무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욱 귀한 인생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봅니다." -by 세음
'헌 신' 이라는 제목이 완벽하게 중의적으로 들립니다. 낡은 신발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를 떠나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한다는 의미의 헌신으로도 받아들이게 되지요.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해로한 부부를 낡고 편안한 신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신발이라도 신발을 신은 사람의 흔적에 따라 다른 모양과 역사를 갖게 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사랑도 그렇겠지요.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시의 첫 구절을 들으면서, '나도 그렇다' 혹은 '나도 그랬었다' 고개 끄덕이는 분들이 많겠다 싶습니다." -by 세.음.
영화 의 주인공 아이리스 머독은 아름다웠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고 작가로 철학자로 빛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았죠. 문학평론가인 남편 존 베일리는 그녀를 헌신적으로 간호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행동을 하고 과거의 상처를 자꾸 일깨우는 아이리스를 보며 절망감에 시달리기도 하지요. 아이리스의 친구 장례식에 다녀온 날, 아이리스는 두려움에 떨며 숲으로 도망쳤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리스를 발견한 존은 그녀를 일으키는 대신, 자신도 곁에 함께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많은 희망과 절망을 살아 낸 노학자가, 자유분방한 아이리스를 사랑하느라 상처도 많았던 한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아이리스를 일으켜 세우고, 먼지를 털고, 함께 걸어가던 모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