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말씀은 가로등 밑 들깨로 시작합니다. 가로등 밑은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환해서 들깨를 심으면 열매는 달리지 않고 쭉정이만 달립니다. 그래서 밤이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지요. 날마다 비만 온다거나, 날마다 햇볕만 난다면 우리 인생도 가로등 밑 들깨처럼 쭉정이만 남을 겁니다. 늘 좋은 날만 기다리던 내게, 보름달이 아니었던 그믐달은 없고, 그믐달이 아니었던 보름달은 없다. 가끔 한 번씩 그믐달을 읽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 by 노날 ♬ Joachim Heinrich Campe 캄페 시 / Wolfgang Amadeus Mozart 모짜르트 곡 - "Abendempfindung an Laura 저녁에 라우라를 생각함" K.523 #ms_Anne Sofie von ..
"보통은 부모님이 보여준 걸 기억하는데, 슐룸프는 부모님이 보여주지 못한 것에 주목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본받을 모델이 없다는 것에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어떤 틀에 자신을 짜 맞출 필요도 없고, 이미 완성된 계획을 따라야 한다거나 거기에서 도망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슐룸프가 전하는 이야기에서 아주 간단한 이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본받을 모델이 있을 때는 모델을 따르고, 없을 때에는 스스로 찾아내면서 살면 된다. 단순하고 간결한 장치 하나를 배워봅니다." -by 노날 노날 2019.09.08.일
"5개월 동안 태평양을 건너면서 쓴 임수민 작가의 글입니다. 임수민 작가는 바람 없는 무풍의 바다, 고장 난 엔진과 무풍의 바다가 참 답답하더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고대하는 날들은 바람 없는 날들일 건데요. 하지만 인생은 바람과 돛이 필요한 범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범선은 바람을 품어야 돛이 팽팽하게 힘을 받아서 답답하지 않게 쭉쭉 나가지요. 그러니까 바다는 늘 바람 잘 날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 가지 일로 살짝 피곤해진 오후에 바람처럼 휙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봅니다." -by 노날 2019.09.04.수
"무슨 꽃을 보고 읊은 시 일까요. 바로 맨드라미입니다. 시를 쓴 이는 고려 시대의 시인 이규보. 맨드라미에 관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이규보의 시라고 하는데요. 이규보에겐 맨드라미에 관한 시가 몇 편 더 있습니다. 이규보는 왜 그리 닭 머리를 닮은 꽃, 꽃잎은 두껍기 그지없는 맨드라미에 애틋함을 보였을까요. 모든 꽃 봄여름에 피고 지건만, 예뻐라 너는 여름 거쳐 늦가을까지 피는구나. "오래 볼 수 있어서" 였습니다. 변치 않는 것, 오래가는 것, 마음에 느낌표를 주는 것들입니다." -by 노날 ♬ Camille Saint-Saëns 생상스 곡 - "Mon coeur s'ouvre a ta voix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from 오페라 Op. 47, 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