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붉게 물든 시월의 풍경 속에는, 단풍만큼이나 깊게 물든 추억들이 들어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맛있는 걸 먹을 때엔, 꼭 함께 와서 먹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사람.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을 함께 한 사람들이니, 붉은 인주 꾹꾹 눌러 찍은 도장처럼 시월의 여기저기에는 그 사람의 흔적이 많기도 하겠지요.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만나는 옛사랑과의 재회. 우리 삶의 슬픔이 아니라 기쁨으로 선물로 반갑게 재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 Suzanne Ciani 수잔 치아니 곡 - "Time Stops" #pf_Suzanne Ciani 피아노_수잔 치아니 https://youtu.be/R1wmmKOIgRA

"이따금 목격하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장면이 있습니다.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한강 철교를 지날 때, 그때의 사람들의 눈빛. 모든 사람들에게서 아름답고, 그윽하고, 쓸쓸한 시인의 눈빛을 발견하는 몇 안되는 순간입니다. '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 저 물결 하나' 시인이 써 놓은 문장을 읽으면서 이토록 쓸쓸한 지분이 또 있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지분이 또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 이지수 곡 - "아리랑 포에티크" #pf_안종도 #orch_London Symphony Orchestra 연주_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시인으로부터 세상을 보는 깊은 시선과 남다른 통찰을 전해 받는다는 것을, 다시 실감합니다. 먼 곳의 불빛이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그네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깨달음. 막막하고 어두운 밤길을 걷지 않고도, 시인을 통해 얻는 이 맑은 성찰은 얼마나 귀한 선물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밤의 산길을 가는 것처럼 막막할 때에도, 언제나 우리를 비추는 불빛은 나타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때에,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근력을 잘 다져 놓아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Nicola Piovani 니콜라 피오바니 곡 -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 from 영화 https://youtu.be/iy1UWQid6JE

"전사처럼 무기를 휘두르며 삶을 뚫고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생은 전투하듯 살아낼 수 없다는 걸, 세월과 더불어 깨닫게 됩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주었든, 그것을 가만히 껴안는 사람이 결국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몸을 빠져 나가지 못한 어둠 하나가 나의 무늬가 될 때까지, 저녁 어둠 속에 가만히 서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를 밀치면서 걸어 온 하루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지쳐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내가 어여쁘고 고맙기도 한 저녁. 어둠이 우리 어깨에 손을 얹고, 애썼다고 토닥여주는 그런 저녁이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Johannes Brahms 브람스 - "6 Piano Pieces, 6개의 피아노 소품 Op.118 - 2. Int..

※ 허천나다 - "걸신들리다" 의 전남 방언 * 출처 - opendic.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D%97%88%EC%B2%9C 우리말샘 - 찾기 결과 opendic.korean.go.kr "가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도 있지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햇살을 쬐지 못해 무기력하고 우울한 때를 가끔 경험하면서, 사람에게도 광합성은 필수구나 요즘에 깨닫고 있습니다. 허락된 과식이 우리 곁에도 펼쳐져 있습니다. 창문 앞에서 혹은 잠깐의 산책으로 광합성을 하기 좋은 때 일수도 있겠죠.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허락된 과식. 햇살을 쬐면서 몸과 마음의 엔진을 싱싱하게 가동할 수 있기를, 그 에너지로 다시 힘낼 수 있기를..

"부모님의 등에 업혀서 어른들의 등 뒤에서 바람을 피하며 약한 존재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그 느낌이 외롭고, 엇나가고 싶고, 다 내려놓고 싶은 절망을 이기게 했지요. 이제 역할을 바꾸어야할 때가 왔을 때 우리들 마음에 스며드는 아릿한 감정이 있습니다. 산처럼 든든했던 부모님의 허술한 뒷모습을 보았을 때 이젠 내가 부모님을 업어드려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부모님이 평생 지고 있었던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하는 그때.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by 세.음. ♬ 이루마 - "Dream"

"딱 지금, 우리가 듣고 싶은 대답이 시속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는 것 같고, 얼어붙은 저 빨래는 영영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있을 것 같지만, 겨울나무가 뿌리에서부터 부지런히 물을 길어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은 잘 기다리는 사람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미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끝내 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걸 믿는 사람들. 인생은 초조한 마음에 지지 않고, 내 몫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겠지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Phil Coulter 필 콜터 - "Whispering Hope" https://youtu.be/6YwZ5TC13Vk
"순천만에 있는 와온. 마음에 새겨 두었던 아름다운 지명입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와온처럼 산과 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죠. 어쩌면 이렇게 그윽한 지명이 있을까. 와온이라는 지명에 마음이 한 번 흔들리고, 순천만을 가득 채운 갈대에 뭉클해지고, 찬란한 태양도 하루에 한 번은 눈물보다 짠 바닷물에, 질척이는 뻘 흙에 몸을 담근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시가 있어 위로를 얻습니다. 누구의 삶이든 해 뜨는 동쪽만 있었겠는가, 어느 삶이든 마른 길만 걸었겠는가, 어떤 눈빛이든 물기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겠는가, 작고 옹졸해지려던 마음에 모처럼 너그러운 이해가 밀물처럼 들어차는 저녁입니다." -by 세음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러나 보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또 하나의 얼굴, 또 하나의 옥상” 또 하나의 옥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시인은 모두가 알고 있는 얼굴과 또 하나의 얼굴 사이에서 시를 건져 올리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저녁의 반성문을 쓰고, 누군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진통제를 삼킬지도 모릅니다. 또 하나의 얼굴, 또 하나의 옥상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운명처럼 품어서 나를 비추는 거울로 쓰거나 회초리나 디딤돌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응달진 자리들을 하나하나 뒤적여봅니다." -by 세음
"예전에 본 인도 영화 광고가 생각납니다. 무거워보이는 아내를 업고 있는 남편의 사진이 있고 그 곁에는 “누구에게나 견뎌야 할 사랑의 무게가 있다” 고 적혀 있었지요. 업어준다는 건 부모가 아이를 업어주던 그 혈육의 정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무게를 견디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가진다는 의미에 이르기까지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지요. 너무 좋아서 업어주고, 안쓰러워서 업어주고, 약한 존재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 업어주고, 업어주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어서 업어주고, 나를 업어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등을 돌리지 않고 등을 내어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2019.07.03.수 저녁이 꾸는 꿈 받아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