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늘한 저녁 바람이 한 줌 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저녁. 그 사람을 생각하는 줄도 몰랐는데, 마음이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첫 추위가 찾아올 때 유난히 마음을 차지하는 사람. 그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행복에 책임이 있다는 말을 믿습니다. 그 사랑이 과거완료형이든 현재진행형이든. 그가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내내 평화롭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또한 이 계절의 쓸쓸함을 예방 접종처럼 겪으면서 꿋꿋하게 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곡 - "Symphony No.7 교향곡 7번" in A major, Op.92 - 2. Allegrett..

"사람 사는 세상에서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는데, 어쩌면 완벽주의란 초조함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기분 좋은 삶을 위한 조건이라는 건 정확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틀이 조금 허술한 창문 안에 사는 사람처럼, 편안한 날들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곡 - "Violin Romance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 No. 2 in F Major, Op. 50 #vn_David Oistrakh 바이올린_다비드 오이스트라흐 #con_Eugène Goossens 지휘_유진 구센스 #orch_Royal Philharmonic Orchestra 연주_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iyCt..

"상록수의 꼿꼿함을 사랑했던 때도 있었지만, 해마다 새로운 잎으로 거듭 나는 활엽수에게서 인생을 배웁니다. 연둣빛 희망이었다가, 짙은 초록빛 일상이었다가, 아픈 듯 무안한 듯 혹은 황홀한 듯, 노랗고 붉은 단풍이었다가, 마침내 애착을 놓은 낙엽이 되는 잎새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내리며 인생 교과서가 되어 줍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떨어져 내리는 저 찬란한 투신. 낙엽이 져서 쓸쓸한 것이 아니라, 낙엽처럼 질 줄 모르는 욕심과 미련이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우는 늦가을입니다." -by 세음 ♬ Carl Bohm 칼 봄 곡 - "Still wie die Nacht 밤처럼 고요한" Op.326, No.27 #ten_Piotr Beczala 테너_표트르 베찰라 #con..

"가을에 붉게 물드는 단풍이 있는가 하면, 노랗게 물드는 단풍도 있습니다. 특별히 은행나무처럼 노랗게 물드는 단풍을 '꾀꼬리단풍'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꾀꼬리의 몸 전체가 선명한 노란색인데서 온 말이겠죠. 노랫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꾀꼬리는 우리나라에 삼월에 날아와서 시월에 떠나는 철새인데요. 꾀꼬리가 떠난 자리에 꾀꼬리단풍이 드는 계절. 찬찬히 들여다보면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by 세음 ♬ "Winterlight" - from 영화 OST #sop_Sarah Brightman 소프라노_사라 브라이트만 https://youtu.be/8dnyqAl0NKs

"수억 년 전부터 지구에 있었다는 은행나무. 서로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어도 열매가 열린다는 신비한 나무가 샛노랗게 물든 잎들을 바람 속에 날려 보내는 늦가을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러 오고 다녀가는 흔적을 오랜 세월 지켜본 은행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사람도 견디고 이별도 견디고 외로움도 견디고 구멍 뚫린 마음처럼 허전한 불신도 견디라고 우리를 다독이는 은행나무. 강한 자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을 우리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겠지. 거리를 가득 채운 은행나무와 노란 은행 잎이 전하는 메시지를 선물처럼 받아듭니다." -by 세.음. ♬ 이동준 곡 - Main Title from 영화 https://youtu.be/FpMUrtQyVEk

"한글로 번역하면 '초야에 묻혀 사는 김선비를 찾아가서' 쯤 되는 시에서 삼봉은 '내가 그림 속에 있는 줄 몰랐다'고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림 속에 있을 때에는 그림 속에 있는 줄 알지 못합니다. 빠져나오고서야, 그것도 한참 지나서야 깨닫죠. 가을이라는 그림. 오늘이라는 그림 속에 지금 우리가 서 있습니다." -by 세.음. #Gustav Mahler 말러 곡 - Symphony No. 5 교향곡 5번 in C-Sharp Minor, 4. Adagietto #con_Daniel Harding 지휘_다니엘 하딩 #orch_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연주_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www.youtube.com/watch?v=AWHUHp43r2s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던 어느 날 혹은 그렇게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를 들었던 어느 날을 기억한다면, 오늘은 그 기억 속의 휘파람 소리를 불러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쾌함과 쓸쓸함이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휘파람 소리가 저녁과 참 잘 어울립니다."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곡 - Piano Concerto No. 5 피아노 협주곡 5번 in E flat major ('Emperor 황제'), Op. 73-2. Adagio un poco moto #pf_Krystian Zimerman 피아노_크리스티안 지메르만 #con_Leonard Bernstein 지휘_레너드 번스타인 #orch_Wiener Philharmoniker 연주_빈 필하모닉 https://youtu..

"경남 언양에 있는 석남사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세상 곳곳 석남사 아닌 곳이 없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풍경 앞에 자주 걸음을 멈추는 건, 그 풍경이 우리 마음 어딘가를 건드리기 때문이겠지요. 걸음을 멈출 줄 아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당신은 없고요" 마지막에 추신처럼 적어 둔 한 줄에, 시인이 하고 싶은 모든 말이 들어 있을 줄도 모르겠습니다. 부재 不在가 존재 存在를 뛰어넘는 계절. 곁에 없는 사람이 마음을 흔드는 이 계절이 힘겹기도 하지만, 이 계절을 우리가 기다린 이유는, 부재중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 손성제 곡 - "만추 晚秋" #voc_Tang Wei 汤唯 노래_탕웨이 htt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