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잊지 못한 여인을 혹시라도 마주칠까 봉평장을 거르지 않고 찾는 허생원과 그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이. 봉평에서 평창까지를 새하얗게 물들인 메밀 꽃 사이를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서서 지나는 허생원과 동이를 그려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혈육의 우연한 마주침도 애틋하지만, 은 소설이라기보다 풍경화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해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죠.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핀 풍경. 이 작고 소박한 꽃이, 온 들판이며 산허리를 채우고 있는 풍경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어쩐지 눈물겹습니다. 허생원이 평생 잊지 못하는 그녀처럼, 자신처럼 왼손잡이인 동이를 바라보는 허생원의 눈빛처럼." -by 세음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곡 - "Piano Concerto 피아노 협주곡 No...

"한 청년이 전화에 대고 "너는 왜 비 오는 날 빨래를 하고 난리냐"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설마 비 오는 날을 골라 빨래를 하진 않았겠지요. 빨래를 하고 보니 비가 왔을 겁니다. 예전에는 좋은 날씨를 빨래에 기준했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얼른 빨래를 해서 널면, 오후 서너시쯤 세제 향을 폴폴 풍기며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날씨. 그런 날씨가 좋은 날씨라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나쁜 날씨일까요. 영국의 예술 평론가인 존 러스킨의 이 말을 이렇게 풀어도 좋을 겁니다. "나쁜 운이란 없다. 좋은 운의 종류가 다를 뿐." -by 세음 ♬ 민채 곡 - "햇살" #voc_민채 https://youtu.be/T5Ej64PFDQ8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큰 소리와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는 저녁. 잔소리도 속삭임처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어주는, 다정하고 데시벨 낮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by 세음 ♬ Giovanni Bottesini 보테시니 곡 - "Elegia 엘레지아 No.1 D major for Double Bass and Piano" #d-bass_Gergely Járdányi 더블베이스_게르게리 야르다니 #con_Pier Giorgio Morandi 지휘_피에르 조르지오 모란디니 #orch_Hungarian State Orchestra 연주_헝가리 국립 오케스트라 https://youtu.be/6uaf19a9PEY

"짧은 만남은 환상을 만들 수도 있고, 우리를 속일 수도 있지만 함께 보낸 긴 세월은 가난처럼, 기침처럼 감출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드러냅니다. 그런 것을 견디며 오래 사랑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도마에 파를 수북하게 쌓아 놓고 끊임없이 써는 것처럼, 혹독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함께 보낸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흐뭇하게 들립니다. 쌀알이 끓는 물과 어우러져 구수한 밥으로 뜸 들어가듯, 우리를 무언가로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빛나는 훈장으로만 남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by 세.음. ♬ Alessandro Marcello 마르첼로 곡 - "Concerto for Oboe and St..

"제한된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은 코로나 시대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기적인 것 같은 날들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당해야 할 불이익과 손해가 적지 않지만, 기꺼이 불편한 상황에 동참한 코로나 시대의 우리 노력이 기적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믿어 봅니다." -by 세음 ♬ Ed Sheeran 에드 시런 곡 - "Perfect" #voc_Ed Sheeran 노래_에드 시런 https://youtu.be/XXww1SikEMY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냥 좋은 것들도 있지요. 그건 정말로 이유가 없다기 보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서 일 겁니다. 그렇게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면서 하는 것들이 쌓여, 어느새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도 좋겠지요. "그냥 좋아하는 게 뭐예요?" 다른 이에게 나를 소개할 때에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by 세음 ♬ 桑田佳祐 쿠와타 케이스케 곡 - "いとしのエリ 사랑스러운 에리" #original_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 원곡_사잔올스타즈 #voc_Ray Charles 노래_레이 찰스 https://youtu.be/NU39--Ccwes

"세계지도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대서양이 중심에 있는 지도도 있고, 태평양이 중심에 있는 지도도 있고, 남반구를 중심으로 만든 지도도 있지요.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삼으면 되는데, 왜 남의 시선을 따라 우리를 변방으로 인식했을까요. 나를 중심으로 살겠다는 것이 이기적인 선언은 아닐 겁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나의 삶을 지키고, 내 주변을 보살피겠다는 자존감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도처럼, 나를 중심에 두고 더 나은 삶, 조금 더 따뜻해지는 삶을 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John Denver 존 덴버 곡 - "Sunshine On My Shoulder" #voc_John Denver 노래_ 존 덴버 h..

"200년도 훨씬 전의 시라서 그런지, 이제는 '쓰라려'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매미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렇게 하루 온종일 밤이고 낮이고, 쨍하고 울다가 속이 텅 비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인생은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그렇게 우는 건, 이제 저녁이 되면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는 쓰르라미 같습니다. 뭔가 자그맣고 애잔하지요. 어느 책에도 없는 어르신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매미가 극성스럽게 울면 여름이 다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는데, 매미와 쓰르라미의 디졸브. 이맘때 우리의 배경이네요." -by 세.음. ♬ "K." #voc_Cigarettes After Sex https://youtu.be/L4sbDxR22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