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마친 논에 개구리울음소리가 한창인 요즘, 고재종 시인의 시를 읽으며 들판을 걸을 자격에 대해 집으로 돌아갈 자격에 대해, 밥값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어린 모들의 박수받으며 치자 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는 대목은 잃어버린 전설의 한 대목처럼 멀고도 아름답게 다가오네요. 농부가 모내기를 하듯, 논에 가지런히 심은 어린 모들이 박수를 보내듯, 우리의 하루가 그런 것이면 좋겠습니다. 모내기를 한 논처럼 분명하게 이룬 것이 보이지 않아도 어제보단 조금 나은 오늘을 보냈겠지 위로를 나누고 싶은 저녁입니다. 세음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이 버몬트에서 펼친 조화로운 삶을 기록한 책 속에는 이 비범한 부부가 보장된 부를 버린 이야기. 폭등한 주식도 난로에 넣어 태워버리고 오로지 자연과 호흡하며 정직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았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오전에 네 시간 땀 흘려 일하고, 오후의 네 시간은 영혼을 위해 쓰고, 주말엔 이웃들과 함께 예술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던 부부. 스콧 니어링이 백 살을 살고 세상을 떠났을 때, 이 부부의 이웃들은 “그가 다녀가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되었다” 는 헌사를 바쳤지요. 니어링 부부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 때 가장 풍요로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들이 실천한 조화로운 삶이 그립고 존경스러운 걸 보면 두 사람의 비범한 선택..
그의 글에는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린 뒤에 남은 것. 세상의 시선과는 다른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멋진 선물이라는 조언과 더불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런 기도 하나를 전해줍니다. 신이시여 제게 주소서. 바꿀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에게도 그런 지혜가 찾아오기를, 흘러가야 할 것을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 있는 순응도 얻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음 2019.06.14 금 저녁이 꾸는 꿈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에서든, 어디에서든 배우는 사람이라고 한다지요. 나무에게서 나이를 배우는 시인처럼 유월의 가로수에게서 싱싱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힘들 땐 촘촘하게 나이테를 새기는 법을 배우고, 평온할 땐 느슨하게 나이테를 새기는 법을 배우고, 꽃을 피울 땐 아픔을 참으며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고, 꽃이 질 땐 담담히 버리는 것을 배우고, 겨울이 와서 잎을 버리는 것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라는 것도 배우고, 시인이 쓴 것처럼, 내년에는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는 약속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2019.06.13 목 Radiohead 라디오헤드 - "Creep" #orch_The Epic Orchestra 연주_에픽 오케스트라 youtu.be/..
"사막에서는 사막을 잘 모른다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사막보다 여객선의 뱃전에 선 그의 모습을 깊이 바라봅니다. 사실 우리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요. 그 시기에는 미처 몰랐던 것. 떠나오고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한 걸음 늦게 알게 되는 것은 아쉬움이나 후회라기보다는 삶의 또 다른 얼굴 인생의 신비를 만드는 요인이기도 할 겁니다. 사랑속에 있을 때 사랑이 잘 보이지 않았던 이유. 일상과 약간의 거리를 두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 가끔 여행이 간절히 그리운 이유. 뱃전에 서서 사막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쌩떽쥐베리가 그 이유를 잘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by 세음 세음 2019.06.1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