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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있다고 떠드는 음악이 아니라, 스스로를 안쪽으로 거두는 음악. 그런 음악들 속에서 시詩는 더욱 고요하게 빛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서점 최고의 음악은 따로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건 바로 영업이 끝난 서점에서 혼자 듣는 음악. 하루를 마치고 비로소 홀가분해진 시간. 나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이 어떻게 낭만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낭만은 치르치르 (틸틸 Tyltyl) 과 미치루 (미틸 Mytyl) 의 「파랑새」처럼 먼 곳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by 당밤 https://www.instagram.com/witncynical/ ♬ Aram Khachaturian 아람 하차투리안 곡 - "Adagio of Spartacus and Phrygia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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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신발을 예쁘다고 생각했던 나와 지금의 내 취향은 다르고 그때 그 신발을 신을 수 있었던 내 발과 건강이 지금의 나와 다르고 그러니까 지금 사용하는 신발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기준이 정리나 살림뿐 아니라 일, 건강 그리고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데에도 꽤나 명쾌한 원칙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작지만 소중한 행복들로 더 빛나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생클 ♬ Luigi Denza 루이치 덴차 곡 - Funiculi, Funicula 푸니쿨리, 푸니쿨라 #ten_Giuseppe di Stefano 테너_쥐세페 디 스테파노 https://youtu.be/p8y8e3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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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시대에는 커피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천으로 찌꺼기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 5분 정도가 걸렸다고 하지요. 매일 자기만의 모닝커피를 내리면서 5분간 이렇게 스스로에게 행운과 위로를 건넸을 베토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전 세계가 잠시 멈춰 있었던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면서 삶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했는지 깊이 알게 됐다는 목소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 생기 있게 봄을 맞이해야 할 이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by 생클 ♬ Ludwig van Beethoven 베토벤 곡 - "Piano Sonata 피아노 소나타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비창": II. Adagio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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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退溪, 추사 秋史, 다산 茶山. 모두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호입니다. 호는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죠. 추사는 호만 500개 넘게 지었다고 했습니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달라지고,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었겠죠. 요즘에는 블로그 이름이나 아이디, 프로필 사진이 이 호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내 삶을 보여주는 호들을 추사처럼 500개 정도 쥐어보면, 내가 나 자신한테 원하는 바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삶을 보여주는 아이디가 마음에 쏙 들게 지어질 때, 그 순간 얻어지는 것도 행복일 겁니다." -by 노날 ♬ Giuseppe Verdi 베르디 곡 - "Caro nome 그리운 이름" from 오페라 #sop_Doni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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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적으로 가을의 기준은 20도 미만의 기온이, 9일 동안 지속되는 것입니다.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올라가지 않는 날이 9일 동안 지속되면 그다음 날이 바로 가을이 시작되는 첫날이 되는 것이지요. 체감상으로는 22도만 되어도 가을이라고 느껴지는데 이유는 기온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 더웠다 추워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떨어졌던 기온이 올라가는 봄에는 22도만 돼도 따뜻하다고 느껴집니다. 22도를 느끼는 체감 온도는 봄보다 가을에 더 떨어집니다. 기상학적으로는 아직 가을이 아니라는 말들도 하고 설악산과 오대산의 단풍도 예년보다 늦을 거라고 합니다. 해마다 오는 가을도 매년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는 것 같지만, 연 이틀 내리는 가을비에 가을도 문턱에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안으로 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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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에게는 마음에 품은 단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끝끝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친구들에게도 심지어 그 여성에게도 마음을 고백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 윤동주 시인의 연애 시에는 한 여성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순할 순順 자에 저 이伊 자를 쓰는 '순이'라는 이름이죠. 윤동주의 시를 세상에 알린 친구 중 한 명인 '강처중'은 그의 이 사랑이 한 여성에 대한 사랑만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홀로 간직만 한 채 고민도 하고 희망도 했던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또 다른 고향에 대한 꿈일 수도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죠.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리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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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가 이백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渭北春天樹(위북춘천수) 위북에는 봄나무 싱그러운데 江東日暮雲(강동일모운) 강동에는 저녁 구름이 깔려 있겠지. 이것을 줄여 '춘수모운 春樹暮雲' 이라고 한 것이지요.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멀리 있는 사람이 보고 있을 또 다른 풍경을 떠올리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이 계절을 보내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꽃이 피어도 잎이 돋아나도 멀리 있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 바로 봄인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by 풍.마. ♬ Stephen C. Foster 스티븐 포스터 곡 - "Gentle Annie 상냥한 애니" #arr_Robert Shaw 편곡_로버트 쇼 #arr_Alice Parker 편곡_앨리스 파커 #con_Frank Alb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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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담 안에 이야기를 넣어서 담이 그 안에 사는 이들을 가두는 벽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으로 느껴지도록 했던 것이죠. 9겹의 담으로 둘러싸인 구중궁궐에 사는 이들이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하려는 선조들의 배려이자 지혜였던 셈입니다. 우리가 살다가 높은 벽을 만날 때 나를 둘러싼 사방이 벽인 것만 같을 때. 선조들의 이 지혜를 기억하게 될 것도 같습니다. 세상이 나에게 벽을 친다면, 그 벽에 그림을 그릴 것. 그러다 보면 상황을 달리 볼 수 있는 눈도 생겨날지 모릅니다." -by 당밤 ♬ 김대성 곡 - "사랑꽃" #per_가야금 앙상블 수인 秀人 https://youtu.be/tQQ1GbI6J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