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 곁의 겨울나무는 긴 휴식을 즐기는 중. 따뜻한 남쪽으로 휴가를 떠난 것처럼 느긋하게 바람을 읽고. 지나가는 행인을 읽고. 바람에 묻어오는 먼 곳의 소식을 읽는 중. 그리고 어쩌면 겨울나무는 우리의 걱정도 읽고 한숨도 눈치채고 감추어 둔 비밀까지도 읽고 있을지 모르지요. 겨우내 나무가 읽은 문장에서 봄날의 첫 싹이 돋을 거라는 시인의 예언이 반갑습니다. 추워서 움츠린 우리의 어깨도 그런 방식으로 삶을 읽는 것일까. 담벼락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짧은 겨울 햇살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읽는 것일까. 나무뿐만이 아니라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이. 저마다의 책을 읽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by 세.음. ♬ Buena Vista Social Club - "Chan Chan"..

"길 위에서, 여행을 떠나서, 산행 중에 별똥별을 보았던 기억,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겠지요. 맑고 시린 하늘에 잠깐 빛나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 머무르지 않는 별똥별을 봤던 순간이, 하나의 신화처럼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잠깐 반짝이며 우리에게 찾아왔다가 가는 별똥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 사랑은 한 번이면 족하고, 그 짧은 순간을 영원히 각인시키며, 사라져버리는 행로 속에, 사랑의 본질이 있다고. 시인은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한 별똥별의 속삭임을 전해줍니다. 너무 흔해졌고, 과장되고 혹은 시시해진 사랑을, 별똥별이 가르쳐 준 말을 들으며,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John Lennon 존 레논 곡- "Oh My Love" https://..

"내일 모레 일요일 밤에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예보를 들으니 눈발이 흩날리는 것 같은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눈이 귀한 겨울. 아직 첫눈이라고 부를 눈발이 흩날리지 않아서, 철없는 아이처럼 눈을 기다려 봅니다. 아이는 눈이 내리면 뛰쳐나가지만 어른들은 눈이 내리면 그 눈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하지요. 기적 같아서, 아름다워서 그리고 조금은 부끄러워서. 눈 내린 겨울 숲이 앓고 난 사람처럼 수척해지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봄이 오면 그 헛헛한 자리에 더 무성한 잎을 틔운다는 것을 눈 내리는 겨울밤을 기다리면서 다시 마음에 새겨봅니다." -by 세음 ♬ 김효근 - "첫사랑" #sop_김순영 https://youtu.be/b2ni24eK3CI

"구름처럼 모인 사람들을, 우린 몇 년 사이에 많이 경험했습니다. 좋은 일로도, 나쁜 일로도, 쓸쓸한 일로도. 모였다가 흩어지는 그 구름 속에 스며 들기도 하고.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공감으로 가까워지기도 하고, 편견으로 멀어지기도 하고. 그저 담담하게 관조하기도 했습니다. 운집. 구름처럼 모이다. 구름이 들어간 단어치고, 쓸쓸하지 않은 것이 없지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걸 구름만큼 잘 알려 주는 것도 없습니다. 그 구름이 때로 폭풍우를 만들어 세상을 뒤집기도 하고, 우르릉 소리만 내다가 금방 맑은 하늘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우리 이렇게 뜨거운 사람들이었나. 우리 모두 외로웠구나. 이렇게 감정의 끝에서 끝으로, 순식간에 오가는 것도 역시 구름 때문이라고 괜한 구름 탓을 해 봅니다." -b..

"돌쩌귀 -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로 만든 걸개.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경첩처럼 두 개가 한 짝을 이루는 쇠붙이 같은 사랑. 온갖 잡념과 시시하고도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받는 사랑 말고, 선 굵은 사랑에 뜨겁게 뛰어들자고 시인은 말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번 생에서는 영영 어렵다는 뜻일까. 사랑은 치사하고, 시시하고, 아프고, 안타까운 것으로 이루어졌으니 다음 생에서나 꿈꾸어보자는 뜻일까. 다음 생을 기약하는 시. 쇠가 녹을 때까지 사랑하자는 시가 뜨겁기는 커녕 쓸쓸하고 또 쓸쓸합니다. 바로크 음악처럼, 이리저리 흩어지는 일그러진 진주 같은 사랑. 그 사랑이 오늘은 누구를 웃게 하고 누구를 울게 했을까요. 누가 또 이 저녁에 사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