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선운사 동백꽃은 붉은 꽃송이째 뚝뚝 떨어져 내렸겠지요. 꽃은 지고 잎은 소금을 뿌린 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는 동백 숲에서, 피고 지는 일에 대해서, 피어나고 잊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삶으로 찾아와 뿌리를 내리고 꽃처럼 피었다 진 사람들. 피어날 때의 그 설렘만큼 아프고, 끈질기고, 서러웠던 헤어짐도 이제는 동백꽃처럼 뚝뚝 떨어져 내렸을까. 숱한 꽃들이, 몇몇 이름이 피고 지던 마음의 뜨락을 헤아려봅니다. 시를 생각하는 동안 만이라도 선운사 절 마당을 걷는 것처럼, 바람이 풍경을 흔들고 가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은은하기를, 아주 잠깐이라도 고요하고 충만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by 세음 세음 2019.05.03.금.
"그의 이름은 꾸뻬. 빠리의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했는데 그건 그가 진정한 관심을 갖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꾸뻬씨는 늘 궁금했습니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은 부족할 것 없는 사람들인데도 왜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런 행운을 누린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왜 다른 지역을 합친것 보다도 많은 정신과 병원이 있을까. 꾸뻬씨는 행복을 발견하러 여행을 떠났고 그렇게 마주친 행복의 비밀, 행복의 목록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이 발견하는 것인지, 배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기준과는 좀 다르더라도 참고 삼아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by 세음 세음 2019.05.02.목.
아르노 강,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강이고, 영화에서 문학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강과 도시의 이름이지요. 이렇게 어떤 특정한 도시나 공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새롭게, 다르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멀어진 거리만큼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삶을 다시보고 나를 다시보게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여행을 꿈꾸는 건 지도 모르지요. 시 속의 아련한 추억과 내밀한 이야기와 사랑의 현주소. 거기 당신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 목소리가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세음 2019.05.01.수 저녁이 꾸는 꿈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는 영화 속 대사에 대한 답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인 것 같기도 하지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영화 에도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셀린느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 대화는 없지만 눈빛으로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두 분의 모습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장면이 있지요. “각자의 세상이 없는 커플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괴롭다” 는 말에 귀 기울여 봅니다. 사랑이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고독해지지 않으려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세음 2019.04.30.화
"봄날, 과거완료형의 사랑을 돌아보는 분들에게 이 시를 위로처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한때 우리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이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는 건 쓸쓸한 인정일까 혹은 기적같은 일이었을까 사랑은 이별로 완성된다는 건 그런 의미이겠지요. 시인이 쓴 것처럼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우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렇게 위대한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되새겨 봅니다. " -by 세음 세음 2019.04.29.월 저녁이 꾸는 꿈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사막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해주는 말이었습니다.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어린왕자에게 알려주었던 여우와의 만남. 인상 깊은 대목이지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시간으로 길들인 별과 장미가 웃고 있으면 모든 별과 장미가 웃고 있는걸 보게 될 거라고 여우는 말해주었습니다.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 이때의 책임이란 무겁게 어깨를 누르는 짐 같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힘. 삶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동력이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세음 2019.04.26.금. 저녁이 꾸는 꿈 받아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