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친하든 친하지 않았든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기숙사 측에서 임의로 맺어준 룸메이트여서 혹은 사생활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그걸 염두에 둔 채로 우리의 관계는 어땠는가를 돌아봅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우리 가족의 마음 혹은 가장 가까운 내 친구의 마음속을 내가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어쩌면 그들도 내 생각보다 더 큰 속앓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우리는 서로를 청진하기 위해서 좀 더 자주 마주 앉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짜고짜 괜찮느냐고 묻기보다 마주 앉은 이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by 당.밤. https://www.nyu.edu/about/news-publica..
"균이 퍼지면 어쩌지. 나를 쪼아대면 어쩌나. 이렇게 끔찍해 하다가 새를 방에 둔 채 도망치듯 출근을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비둘기가 너무 싫고 무서웠죠. 두려움은 점점 커졌습니다. 급기야 공포에 사로잡혀 집에 가지 못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 비둘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사라진 뒤였죠. 소설은 질문합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정말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 걸까? 실은 없는 두려움 아닐까. 두려움 그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by 당.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89969399 비둘기 - YES24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나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람들 사이에 무척 활기찬 대화가 오가다 가도 모두에게 어색한 침묵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에선 이 순간을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고 하지요. 이 표현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화가 얼어붙었을 때 때로는 이런 말로 침묵을 깨뜨린다고 했습니다. 천사가 지나가고 있다. 천사가 지나갔기 때문에 침묵하게 된 건지 혹은 침묵의 자리를 달래기 위해서 천사가 찾아왔다는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말을 잃은 당혹스러운 순간을 이렇게 낭만적인 상상으로 덮을 수도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들 사이에 정적이 흐르는 시간은 천사가 옷자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시간. 그 옷자락의 끝에 어쩌면 대화를 풀어나갈 실마리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by..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문을 '포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두 개의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는 관문이라고 말입니다. 이 포털을 만든 기획자는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분열'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기술. 어쩌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by 당.밤. https://youtu.be/2GrXTLe9ztA ♬ Charles-Camille Saint-Saëns 생상스 - "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22: 2) Allegro scherzando" #pf_Louis Schwizgebel 피아..
"너머의 너머를 바라보는 마음은 연결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연결을 아는 것이 바로 시의 마음이겠지요. 저기 어딘가에 있는 사람의 미소가 나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는 마음. 그래서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다정을 보내고 싶다 생각해 봅니다." -by 당.밤. ♬ John Barry 존 배리 곡 - Main Theme, from 영화 「Somewhere In Time 사랑의 은하수」 #con_John Debney 존 데브니 #orch_Royal Scottish National Orchestra 연주_왕립 스코틀랜드 국립 관현악단 https://youtu.be/nzmprUUqryM
"이들은 집으로 돌아와서야 머리를 풀고 편안하게 쉴 수 있었죠. 영어에는 여기서 유래된 표현 한 가지가 있습니다. Let One's Hair Down. 직역하면 누군가의 머리카락을 아래로 내리다라는 관용구죠. 여기에는 긴장을 풀고 편히 쉰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낮 동안의 격식을 내려놓고, 오로지 본연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는 시간. 바로 토요일 밤 같은 이 시간에도 어울리는 말입니다. 내려뜨려야 할 만큼 머리카락이 길진 않지만, 머리카락마저도 내려놓는 기분이 어떤 건지는 알 듯합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쉬기 좋은 토요일 밤입니다." -by 당.밤. https://slideplayer.com/slide/15319207/ Middle School Source: Scholastic ..
"아마도 개량되기 이전, 플룻의 성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테지만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천재인 모차르트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했다는 데서 우리는 위로를 받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요. 우리가 오늘 참은 시간들 덕분에 내일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by 당.밤. ♬ Wolfgang Amadeus Mozart 모차르트 곡 - Flute Concerto 플룻 협주곡 No. 1 in G Major, K. 313: I. Allegro maestoso #fl_Emmanuel Pahud 플룻_에마뉘엘 파위#con_Claudio Abbado 지휘_클라우디오 아바도#orch_Berliner Philharmoniker 연주..
"작가가 옛사람들의 편지를 해독하다가 발견한 이 글자에는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이 있다고 했습니다. 초하루를 뜻하는 '삭朔'자에 물 '수水' 변이 붙어 있는 한자지요.내가 있는 이곳에서당신이 있는 그쪽으로 자꾸만 거슬러 올라가는 마음. 마치 돌아가야 할 곳을 아는 연어처럼 한곳을 향해 뛰어오르고 또 뛰어오르는 마음을 '거슬러올라갈 소溯 라는 글자로 표현한 겁니다. 수많은 생각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거듭해서 돌아가는 지점이 있다면,그곳이내가 그리워하는 시간이자 사람이자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by 당.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173690 한자 줍기 - YES24한자의 웅숭깊은 과거와 조우하며시대를 초월하는 우정을 나눠온젊은 학자 최다정..
"내가 여기에 있다고 떠드는 음악이 아니라, 스스로를 안쪽으로 거두는 음악. 그런 음악들 속에서 시詩는 더욱 고요하게 빛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서점 최고의 음악은 따로 있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건 바로 영업이 끝난 서점에서 혼자 듣는 음악. 하루를 마치고 비로소 홀가분해진 시간. 나만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이 어떻게 낭만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낭만은 치르치르 (틸틸 Tyltyl) 과 미치루 (미틸 Mytyl) 의 「파랑새」처럼 먼 곳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by 당밤 https://www.instagram.com/witncynical/ ♬ Aram Khachaturian 아람 하차투리안 곡 - "Adagio of Spartacus and Phrygia 스..
"별을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에게는 마음에 품은 단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끝끝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친구들에게도 심지어 그 여성에게도 마음을 고백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 윤동주 시인의 연애 시에는 한 여성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순할 순順 자에 저 이伊 자를 쓰는 '순이'라는 이름이죠. 윤동주의 시를 세상에 알린 친구 중 한 명인 '강처중'은 그의 이 사랑이 한 여성에 대한 사랑만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홀로 간직만 한 채 고민도 하고 희망도 했던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또 다른 고향에 대한 꿈일 수도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죠.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리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