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침대에서 깨어 눈 맞추던 식구, 정원에 울던 새, 어김없이 피던 꽃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보내요.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죽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끝이란 없어요. 이어서 또 다른 영화를 트는 극장이 있을 뿐이지요 (웃음)." 쫄지 마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8/2019101803023.html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어령 ..

"8. 돈 버는 일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어.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먹고사는 일이 원래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 9. 도우와 민주가 부모님과 여름휴가를 떠나느라 성당에 나오지 않은 일요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우리의 노력이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서로 다른 일요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 아닌지도 모른다." -from 2022.01.30 일 "팟캐스트 시절부터 애청하고 있는 에서 또 빼어난 작품을 감상했다. 원작의 탄탄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원작을 라디오 프로그램과 성우의 연기에 맞추어 각색하는 프로그램 작가의 뛰어난 각색 실력, 정말이지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 세밀하고 생생한 성우들의 연기와 ..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우리 주변의 '당연한 감사함'을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화장실 인심도 당연한 것이 아니죠. 용변 볼 시간도 없이 먼 길 가시는 기사님의 수고도, 청결한 건물을 위해 일하시면서도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셔야 하는 미화원 분들의 수고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가 얻고 또 누리게 되는 편리한 혜택들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원래'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다 생각합니다." -by 방수진 시인 ♬ Johann Pachelbel 요한 파헬벨 곡 - "Canon in D 카논" #pf_Brain Cain 피아노_브라이언 캐인 https://youtu.be/hKhKwVYP4z0

"2년 전 라디오 문학관에서 란 작품으로 알게 된 안보윤 작가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작품이 방송되던 시기에 유난히 아동 학대에 관한 끔찍한 뉴스가 많았을뿐더러, 작가가 건져 올린 훌륭한 문장들이 많아 메모해 둔 지 거의 4개월여만이다. 화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남자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그녀에게 '세상의 공평함'이란 자신의 보조 선생에게 충고했던 말처럼. 늘 이런식이었다. '세상은 공평해서, 한 쪽이 선을 가지면 다른 쪽은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 善人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아니까. 너를 애기 쌤이라 부르는 이유와 언제까지 애기로 살 건지 생각해봐." ---- "나무반아, 넌 니가 선생인 ..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 관계를 가진 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는 화자 話者의 독백이 성우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와 음악감독의 훌륭한 간택이 어우러진 BGM으로 더욱 실감이 났는데, 평범하다는 말이 보통이라는 말과 등가等價적으로 치환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상상해 본 제목과 실제로 듣고 난 후에 다시 본 제목은 가끔 행선지를 생각하지 않은 채 무작정 눈에 보이는 버스에 올라 서울의 끄트머리와 산동네, 도심과 신도시등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램에서 방송하던 단편들을 감상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그 자체로도 이미 훌륭한 한국 단편 소설 작품들과 성우들의 명연기 그리..

"시의 문장이라는 게'없었던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데 아무도 그것을 그 이름으로 혹은 그 말로 불러주지 않은 것을 '호명'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발견'이라는 것과 아주 가까워서가끔 가다가 무언가를 쓰고 혼자 되게 놀라고 흡족해 할 때가 있는데.그때의 기분이 '연구실의 과학자가 무언가를 혼자서 발견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by 박연준 시인 ♬ Baldassare Galuppi 갈루피 곡 - "Sonata No. 5 in C Major - 1. Andante" #pf_ Arturo Benedetti-Michelangeli 피아노_아르투로 베네디티-미켈란젤리 https://youtu.be/S6TvC96E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