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다른 것이 짝을 이뤄 하나로 묶여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 결이 다른 나무가 만나 뒤틀리지 않는 가구가 되는 것처럼, 서른 이전의 삶과 너무도 다른 서른 이후의 삶이 맞물리며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서투름과 노련함, 어리석음과 지혜로움, 빠름과 느림이 얽혀서 헛헛하던 부분을 채우고, 넘치던 부분을 덜어내는 조화로움. 저녁이 있어 견딜 수 있었던 한낮의 시간들과, 만남이 있어 견딜 수 있었던 헤어짐의 시간들을 마음에 담습니다." -by 세.음. ♬ Franz Schubert 슈베르트 - "Trio for Piano 피아노 트리오 in E-Flat Major, Op. 100, D. 929..

"그렇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모리 교수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느끼고 배운 것을, 모두 아낌없이 세상에 풀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살아가는 것과 화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죽어간다는 건, 쓸모없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고. 병마 속에서 건져올린 깨달음을 전해주었지요. 하늘 맑은 계절, 푸른 가을에 다시 읽는 모리 교수의 이야기.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죽음이 아니라 잘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by 세음 ♬ 윤동주 시 / 조범진 곡 - "별 헤는 밤" #bs_김대영 https://youtu.be/uDo3gXh3bk0

"어두운 밤하늘이 없다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는 걸, 학창 시절에 배웠습니다. 과학으로 배운 것들이 철학으로 다가오고, 깨달음으로 다가와 마음을 툭 건드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적인 것들과 화학 작용을 일으킬 때,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것처럼 시야가 트이곤 하지요. 별이 되기보다 기꺼이 어둠이 되겠다는 건 잠깐의 결심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사랑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다는데, 사랑이 감당해야 할 어둠도 있고, 기나긴 인내의 시간도 있지요. 우리가 가장 충만하고 아름다웠던 때는, 사랑하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기꺼이 맞아들이던 때. 별이 되었을 때가 아니라 기꺼이 어둠이 되었던 날들이었겠지 생각해 봅니다." -by 세음 ♬ Bernward Koch 베른바르트 코크 곡-..

"마른 몸으로 허수아비처럼 휘적휘적 걷던 시인. 새벽 한 시에서 두 시 사이에 깨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잘못 사는 것도 사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깨닫는다는 시인. 누구보다 단단한 시를 전해주던 오규원 시인으로부터 가을의 비밀을 적은 책 한 권을 전해 받습니다.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흔들리면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하는 우리. 흔들리는 일이 삶의 기본기 같은 거라고 받아들입니다. 물 위에서 흔들리면서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노련한 선원처럼,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조금 더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by 세음 ♬ 이지수 곡 -"Love Poem" https://soundcloud.com/beautifulmelodiesforheart/01-lee-ji-soo-lo..

"차 안이 작은 우주가 될 때, 그 안에서 고독한 우주 비행사처럼 막막히 떠가는 느낌이 될 때, 음악이 가장 깊이 와닿는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기도 하지요.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시인의 깊은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시에 담긴 마음을 가졌던 날들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겁니다. 슬픔일 수도 있고, 쓸쓸함일 수도 있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회복의 의지와 각성 같은 것. 그래서 비오는 날도 소중하고, 차 안에서 듣는 음악도 소중하고, 때로는 감상적이 되는 순간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세음 ♬ "이젠 알아요" #voc_미라클라스 https://youtu.be/nktDjsQ5G8Y

"시대가 변하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 바로 전화일 겁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시대도 지나왔고,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 있어도, 누가 걸었는지 알 수 없어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요. 지금은 부재중 전화마저도 누가 걸었는지 다 보여주는 시대.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건다고 시를 쓰던 시대와 전화기 속으로 사진관도, 은행도, 라디오도 들어온 시대의 정서는 많이 다르겠지요. 부재중인 방을 잘게 흔드는 벨 소리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모르는 번호, 비워진 자리, 그런 여백이 있던 시간도 그립습니다." -by 세.음. ♬ "I'm Here (Only For You)" #pf_박종훈

"휴대폰의 시계 설정을 유럽으로 맞추어 놓았거나, 브라질 같은 곳으로 맞추어 놓았다면 그곳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그리워하고 있다는 뜻일겁니다. 베를린의 날씨를 찾아보는 시인처럼,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를 매일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간을 체크해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버릇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여질 수도 있구나. 짧은 시에 따라오는 긴 여운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함부르크의 저녁 하늘은 어떨까. 리스본의 언덕에도 가을이 깊었을까. 무등산 자락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을까. 먼 곳에 있는 사람과 먼 곳의 소식을 그리워하는 버릇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걸 시가 남긴 여운 속에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y 세.음. ♬ Ennio Morricone 엔니오 모리꼬네 곡 - "La ..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창문이 열린다는 말이 기억납니다.삶은 자주 우리에게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고 좌절시키곤 하지만.무릎을 꿇었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더 강해지고.빼앗긴 것들의 자리에 더 탐스러운 꽃이 핀 것도 목격할 수 있지요.현자 賢者 의 말은 너무 당연해서 따분하게 느껴지지만.그 당연한 일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그때 현자의 말은 빛이 납니다.빼앗기지 않고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만.삶이 그렇게 순순히 흘러가지는 않겠지요.소용돌이 치는 시간에서 벗어날 때.우리를 향해 열린 환한 창문과 더 좋은 것들로 채워진 날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그 믿음으로 또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by 세.음. ♬ Andre Gagnon 앙드..